▲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 문제가 총선 결과에 따라 큰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추진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산업은행 노사가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주시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선거 이후 변화할 정치 지형도에 따라 산업은행 본점 이전 문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시작될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 꼽힌다.
21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에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총선 이전에는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해양과 금융 중심지 부산은 우리나라가 수도권 중심 체제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10일 부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대단히 높은 최우선 순위 과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1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산업은행법 통과를 위해 적극 임할 것이다”며 “민주당의 성의 있는 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정 수장들이 이처럼 민주당을 압박하는 것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원을 받으며 지난해 한국산업은행법의 국회 통과를 노렸으나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국회 정무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행정 절차를 밀어붙이며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던 강 회장과 매일 아침마다 이전반대 집회를 열어가던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도 현재 숨고르기에 들어선 상태다.
하지만 4월 총선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의석수에 변동이 생긴다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총선 이후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여당과 야당의 협상에 따라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본점 이전을 위한 물밑 작업으로 동남권을 대상으로 한 투자계획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
여당과 야당이 지역 민심을 최우선에 두고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경우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노사는 총선 이후를 바라보며 향후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투자 계획을 선보이며 본점 이전을 위한 물밑 작업에 공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상반기 동남권 스타트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간접 펀드도 내놓는다.
강 회장도 신년사에서 “국가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산업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500여 일 넘게 진행해 온 아침집회를 정비하며 이전 반대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부와 여당, 산업은행 경영진을 비판하며 이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이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대국민 홍보전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런 방침에 따라 올해 1월2일부터 국회 앞 1위 시위를 시작했다. 외부 여론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총선 이후 상황에 대비해 정치권 인사들과 만남도 확대하며 우군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