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 HBM3 메모리 이미지. < SK하이닉스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사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HBM(고대역)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가 굳건한 지배력을 유지하며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투자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지난해 4분기 D램 출하량을 직전 분기와 비교해 크게 늘리며 뚜렷한 실적 반등 추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보이던 2023년 1분기 대비 4분기 매출 증가율은 SK하이닉스가 120.2%로 가장 앞서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57.3%, 마이크론이 25.9% 수준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가장 가파른 실적 반등세를 나타낸 배경은 일반 D램보다 단가가 훨씬 높은 HBM 규격의 D램 수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BM 메모리는 주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탑재된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인공지능 서버 투자를 확대하며 자연히 HBM 메모리 1위 기업인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됐다.
반면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지난해 1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한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히 한국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에 매출 증가율이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시킹알파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쟁력은 마이크론이 따라잡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HBM 시장에서 갖추고 있는 영향력이 실적 반등폭에 결정적 차이를 불러왔다고 해석했다.
다만 올해는 이러한 상황이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메모리 생산능력이 한계를 맞아 엔비디아 등 고객사 수요에 모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킹알파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 초과 수요를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기업 실적에서 HBM 메모리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모두 올해 엔비디아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3E 규격 메모리를 양산하고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3E 기술 개발에 비교적 일찍 나섰다는 장점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점유율을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한다.
그러나 시킹알파는 SK하이닉스의 꾸준한 기술 발전과 협력사 확대가 더욱 굳건한 시장 지위를 구축하는 효과로 이어져 마이크론의 이러한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점유율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핵심으로 자리잡은 HBM 시장 공략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한국 경쟁사들을 추격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의미다.
시킹알파는 “최근 D램 출하량 등 지표는 마이크론이 고객사에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한국 반도체기업과 비교해 실적이 눈에 띄게 뒤떨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