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스마트폰 선택 기준이 눈에서 귀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고급 음향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오디오 전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증권이 13일 완성차회사들이 오디오회사와 협력해 고급 오디오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유행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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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K7'. |
기아차는 올해 K7을 출시했는데 옵션별 계약 비중을 분석한 결과 K7 소비자들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다음으로 오디오 시스템 ‘크렐사운드’를 많이 선택했다. 또 기아차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위 핵심어가 ‘오디오’였다.
김인권 연구원은 “이는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객들이 오디오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라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고급차에만 적용되던 명품 오디오가 최근 양산차 및 중소형차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오디오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는 이미 차량에 고급 오디오시스템 적용을 확대해가고 있다.
마세라티에 적용됐던 B&W 사운드시스템은 지난해부터 BMW 7시리즈와 볼보 등 양산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부가티와 포르쉐가 채택한 독일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부메스터의 첨단 오디오시스템을 채택했다.
랜드로버는 2011년부터 영국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과 협력 중이며 포드도 중형 SUV인 MKX 모델에 고급 홈시어터 브랜드인 레벨의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했다.
국내도 현대기아차가 롤스로이스에 장착되는 렉시콘 오디오를 EQ900과 K9 등 최상위 모델에 탑재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완성차회사들이 오디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효과를 본다고 생각해 한단계 또는 더 높은 오디오를 채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차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멀티미디어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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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에어팟'. |
소비자의 눈보다 귀를 사로잡는 전략을 구사하는 업종은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오디오 기능을 중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V20를 발표하면서 오디오 성능을 강조했다. V20 이전 제품들도 오디오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가수의 숨소리’, ‘바이올린 활이 현에 닿는 소리’, ‘기타 줄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는 미사여구를 아낌없이 썼다.
화웨이의 노바에도 몰입형 입체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음향 기술인 헤드폰X가 탑재됐으며 ZTE의 액손7에는 돌비와 협력한 결과물인 돌비애트모스 시스템이 적용됐다.
애플도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이어폰 잭을 없애고 비츠를 통해 159달러의 고가 에어팟을 함께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에는 사용자 청각 기능에 최적화된 소리를 들려주는 어댑트사운드와 재생되는 소리의 특성을 파악해 입체적인 음향으로 들려주는 사운드얼라이브플러스가 탑재됐다.
김 연구원은 “이제는 스마트폰 선택기준이 선명도가 되는 시대는 끝난 것”이라며 “향후 VR 또는 AR시대로 접어든다고 볼 때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은 눈이 아니라 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 양보할 수 없는 오디오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