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선사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외국선사들이 이번 사태를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게 된다면 한진해운 사태로 위축된 국내 해운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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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내정자. |
블룸버그는 12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단기적으로 운임상승 및 새 고객 확보 등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클라우스 루드 세즈링 머스크 동서항로 최고책임자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해운운임의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하다”며 “문제는 이 효과가 지속할지 여부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분명 효과적이며 중장기적으로도 영향을 줄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단기 운임상승으로 올해 순이익 상승분이 최대 7억6천만 달러(약 845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추정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리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예상보다 물류대란이 심각해지자 외국선사인 머스크와 MSC에 도움을 요청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10일 해운업 관련 합동대응팀 회의를 마치고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했던 미주항로에 4개, 구주항로에 1개에는 (해운동맹으로) 추가운영이 안 된다”며 “현대상선에서 구주항로를 운영하게 하고 머스크와 MSC에 미주항로 추가운영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물류대란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국적선사만으로는 사태 수습이 불가능해지자 외국선사가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현대상선이 앞서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해운동맹인 ‘2M’에 가입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함께 해운동맹 가입을 자율협의 조건을 내세웠고 현대상선은 올해 7월 2M과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해 향후 글로벌 선사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련의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해결사 능력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면서 거대 외국선사가 이 사태에 개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외국선사의 한국 입성에 길을 넓혀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2M에 가입할 당시에도 경쟁력이 현저히 뒤처진 현대상선을 2M이 받아준 데 대해 향후 현대상선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3대 해운사였던 조양상선이 2001년 청산됐을 때도 머스크가 조양상선 물량을 차지하면서 국내 해운업이 위축된 적이 있다. 머스크와 MSC가 한진해운 사태 수습을 발판으로 아시아 및 태평양 노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나간다면 국적선사들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세계 최고의 외국선사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며 “이번 물류사태로 한진해운뿐 아니라 국적선사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는데 한번 잃은 신뢰 회복이 어려운 해운업 특성상 머스크와 MSC가 뺏어간 물량을 되찾아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