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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은 왜 배당에 인색할까

이명관 기자 froggen@businesspost.co.kr 2014-07-29 2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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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들은 왜 배당에 인색할까  
▲ 3월1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내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배당수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92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배당수익률은 0.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실제 투자로 수익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배당수익율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인 1.9%의 절반도 안 된다. 

삼성그룹 16개 상장계열사의 배당 수익률은 2011년 1.21%에서 지난해 0.8%로 떨어졌다. 10대 그룹 평균 배당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장 짠 배당수익률을 보인 곳은 롯데그룹으로 2011년 0.36%에서 지난해 0.21%로 떨어졌다.

한국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보통주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된 1786 기업(지난 12월 기준) 중 절반인 877사가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2% 이상인 기업은 286개로 전체 기업의 16%에 불과했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들의 2013년 배당성향은 22.6%였다. 배당성향은 2008년(27.1%)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순이익 중 주주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총액의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줄고 있다는 의미는 배당금을 덜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은 국제비교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1년 기준 미국기업의 배당성향은 38%였다. 또 영국(48%), 캐나다(58%) 등 선진국 평균은 49%였다. 인도네시아(48%), 멕시코(31%) 등 신흥국도 평균 배당성향이 41%에 이른다.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은 신흥국보다도 18.4%포인트 낮은 셈이다.

배당수익률도 주요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1.1%(KOSPI, MSCI 기준)였다. 유럽기업은 3.3%, 대만기업은 3.0%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2000~2013년 사이 세계 평균배당수익률은 2.7%였는데 국내기업의 평균배당수익률은 1.6%에 그쳤다.

G20 국가 중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모건스탠리가 집계하는 세계주가지수)에 편입된 19개국의 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8위 였다고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19일 밝혔다.

한국기업들은 왜 이렇게 배당에 인색한 걸까?

◆ 수익성 하락, 배당보다는 투자로

기업이 배당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국내기업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1541개와 주요 비상장기업 169개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6%로 2012년보다 0.2%포인트 줄었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이 2003년부터 관련 통계자료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은 수익창출을 통해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배당성향 역시 동반하락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기업들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을 투자활동에 투입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관측이다.

이는 상장기업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유틸리티(공공재적 성격을 띄는 산업)와 통신서비스, 소재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2%에서 2012년 16%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배당수익률이 낮은 IT와 소비재산업의 비중은 2000년 30%에서 2012년 52%로 증가했다.

◆ 주주친화정책의 부재, 오너이익 중심의 경영마인드

국내기업들은 주로 수익금을 내부에 쌓아둔다. 전문가들은 기업 오너들이 주주권리보다 오너 이익을 중시하는 풍토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국내기업 지배구조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라며 “최고소득세율이 41.8%인 점을 감안하면 배당으로 오너가 챙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아 배당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의 오너들은 대부분 배당보다 내부유보를 선호한다"며 "이는 내부유보를 오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약 527조 원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16일 집계한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을 보면 1분기 말 현재 515조9천억 원으로 2009년 271조 원에 비해 90.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들은 왜 배당에 인색할까  
▲ 동서는 오너 지분이 높으면서 배당을 많이 하는 곳이다.
오너가 많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배당도 많이 한다.

식품기업인 동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률이 67%에 이르는데 2013년은 2012년보다 16% 늘어난 546억 원을 배당했다. 오너 일가는 368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동서는 1995년 상장한 이후 매년 배당금을 줬고 2010년 이후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의 40% 가량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일부에서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재무구조 안정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기업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추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 고배당은 국부유출이라는 논란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높이면 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배당을 인색하게 만들었다.

우량회사일수록 외국인 주주 지분이 높다. 배당성향을 늘린다면 배당금의 상당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해 받은 배당금은 총 4조3572억 원으로 전체 배당금 총액 중 37.4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배당금의 48%를 외국인 주주가 받았다.


포스코는 57.92%, SK텔레콤은 54.35%, KT&G는 64.8%, KB금융은 63.52%를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했다.

하지만 이 정도를 국부유출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박병호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금융시장이 개방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보유비중(32.9%,  6월 기준)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은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 반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주식가치의 1%를 약간 넘는 배당금을 받고 15.4%를 이자소득세로 내면서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며 “기업들이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용과 투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실물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서도 같은 논란이 나온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을 과세하면 외국계기업이나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높은 주요 상장기업의 배당금이 모두 외국인들에게 흘러 들어가 국부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비중은 6월 기준 32.9%지만 나머지는 기관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을 하게 되면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기관투자자에 대한 배당은 결국 가계나 기업으로 순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은 왜 배당에 인색할까  
▲ 국민은행 주총이 3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 세율이 배당을 가로막나


세율구조도 상장기업의 배당확대를 가로막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세법에서 상장기업들의 금융소득 중 상장기업 주식의 시세차익을 통해 얻는 자본이득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세금을 부과한다. 결국 현행 세법은 배당보다 자본이득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배당확대를 위해서 세제혜택 등 기업 스스로 배당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소득세율과 자본이득세율을 조정해 배당선호도를 높여주면 배당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도 "정부가 배당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하면 경영진도 배당이 기업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거리낌없이 배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미국(2.3%), 영국(4.0%) 등의 경우 주식을 통해 얻는 자본이득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소액주주들의 배당세율을 현재 14%에서 5~10%선으로 하향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대주주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주주들은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38%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자칫 세율을 잘못 설계할 경우 대주주만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학수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해 내수 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지만 배당의 경우 중산층이나 서민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당세율을 고칠 경우 제도의 수혜자는 우량기업들의 주주로 한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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