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2분기 1조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임원급여 반납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매출 12조8115억 원, 영업손실 1조1037억 원을 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직전분기 대비해 5.2% 줄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1%로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직전분기 1889억 원에서 무려 6배 정도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이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약 5천억 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조선부문의 선가하락과 해양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지연으로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환율 리스크까지 겹쳐 영업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형공사의 공정지연 및 비용증가로 영업손실이 확대됐고, 대형 해양설비의 공정지연 및 정유부문의 설비 정기보수가 매출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안팎에서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야심차게 수주한 조선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타이틀에 집착하다 엄청난 부담을 안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 10월 수주한 호주 고르곤 프로젝트는 가로 70m, 세로 40m, 높이 75m 크기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50여 개를 생산하는 20억6000만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계획대로 됐다면 고르곤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종료됐어야 했다. 하지만 선주사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설계변경이 반복됐고 결국 건조지연으로 이어졌다.
노르웨이 선주사들로부터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선주사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넘어서지 못하고 줄줄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2010년 노르웨이로부터 수주한 원유 200만 배럴 용량의 세계 최대규모 원통형 골리앗 FPSO(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경우 2개월 전인 5월 말에 인도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선주사의 추가작업 요청에 따라 하반기로 인도시점이 변경되면서 손실로 이어졌다.
또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주한 제다 사우스 프로젝트와 슈퀘이크 프로젝트 등이 애초 계획보다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고스란이 손실로 잡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대중공업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보니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며 "까다로운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추진중인 발주처와 계약변경을 통해 이미 발생한 손실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대규모의 적자를 냄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앞으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전사적 차원에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현황설명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은 또 인력과 조직 제도를 재편하는 등 원가절감 및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키울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우선의 영업활동을 통해 이른 시일 내 실적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임원들이 경영위기 극복을 결의하고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1일 울산 본사에서 임원 1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영위기 극복 실천결의대회를 열어 회장과 사장은 급여의 30%, 부사장과 각 사업본부장은 20%, 전무 이하 임원은 10%를 반납했다.
이재성 회장은 이날 “현재 우리회사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지혜와 용기를 모아 위기극복을 다짐하자”며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데 대해 경영을 책임지는 제 자신이 무척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임직원이 위기극복의 의지와 열정, 지략과 용기로 하나 되면 경제한파를 녹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