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과 공유 대국민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박소현 환경부 기후변화국제협력팀 사무관, 정재희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 외무행정관, 강주연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연구원, 이수민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국제사회의 방향 및 우리나라의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50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탄녹위), 외교부, 환경부가 공동주최하는 ‘COP28 결과 공유 대국민포럼’이 열렸다.
탄녹위, 환경부, 외교부의 공동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는 198개 당사국을 포함한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 9만 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열린 대국민 포럼에서 정부는 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명시된 점, 전 지구적 적응목표 체계 즉 'UAE 글로벌 기후회복력 체계' 설립이 결정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라는 문구가 결국 빠지게 된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글로벌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정부측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COP28에서 결정된 내용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발표했다.
우선 이번 COP28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또 개도국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것을 특징으로 꼽혔다. 아직 개도국에 속하지만 실질적 선진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향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최초로 실시된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 억제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는 점도 전했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최소한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파리협정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공통의 진전을 평가하는 것이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의 결과물은 그동안 전 세계의 노력이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지를 부문별(감축, 적응, 이행수단, 후속조치 등)로 평가하고 향후 방안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기준으로 쓰인다는 중요성을 지닌다.
COP28에서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 첫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감축, 적응, 이행수단 등 각 부문별로 진행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당사국들은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21페이지, 196문항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먼저 당사국들이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이행되면 전 지구적 온도상승 2.1~2.8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파리협정의 목표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또 COP28에서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탄소배출을 2019년과 비교해 2030년에 43%, 2035년에는 60% 감축이 필요하며 2025년 이전 배출량 정점 도달 및 2050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다는 기존 감축경로를 재확인했다.
이를 놓고 정부는 여전히 지금은 파리협정의 목표에는 부족하지만 파리협정 채택 이전에 예측됐던 지구 온도 상승 폭인 4도보다는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초로 화석연료 관련 합의 사항이 도출됐다는 점이 강조됐다.
박소현 환경부 기후변화국제협력팀 사무관은 전 지구적 이행점검 논의결과 발표에서 “감축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2030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 within this critical decade)’이라는 화석연료 관련 최초 합의 사항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위한 감축 방안으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및 에너지효율 2배 증대 △재생에너지, 원자력, 탄소제거기술(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의 가속화 △2030년까지 메탄 포함 비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무공해 및 저공해 차량 보급을 통한 수송 부문 감축 가속화 등이 채택됐다.
다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phase out of fossil fuel)' 문구가 결국 빠진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박 사무관은 “강성 개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당사국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지만 결국 전환으로 합의가 됐다”며 “그 밖에 재생에너지, 메탄감축, 수송부문의 감축을 비롯해 원자력, CCUS 등의 기술이 언급된 것은 특기할만한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박 사무관은 “앞으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며 “또 원자력, 수소 등 고효율 에너지와 CCUS 등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무탄소에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적응 측면에서는 ‘전 지구적 적응목표 체계’를 설립하기로 결정됐다는 성과물이 나왔다.
전 지구적 적응목표 체계는 적응역량 강화, 회복력 증진, 취약성 저감 등 정성적 목표의 달성과 이행 검토에 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는 기준을 말한다.
전 지구적 적응목표 체계는 수자원, 식량안보, 보건, 생태계 등 각 부문별 및 2030년을 전후로 하는 정책주기별로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 목표치에 구속력이 없는 점은 장점이자 한계로 지적됐다.
강주연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연구원은 적응부문 발표에서 “전 지구적 적응목표 체계는 ‘2030년 및 그 이후까지 다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욕을 높이고 부문별 적응 행동 및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라는 문구로 굉장히 비구속적이며 약한 어조의 목표치를 제시했다”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이라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지만 아직 발전해야 할 상당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개도국이 적응 이행수단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요구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도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손실과 피해 측면에서는 초기 사무국 및 기금의 운영방안을 담은 결정문이 채택됐다. 손실과 피해라는 개념은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노력만으로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가뭄 및 홍수 등에 따른 피해를 들 수 있다.
세계은행(WB)이 4년의 잠정기간 금융중개기금(FIF) 형태로 기금 유치를 담당하되 COP28 종료 6개월 이내 전제조건 충족 여부를 기금 이사회가 확인한 뒤 사무국 업무를 개시하기로 했다.
전제조건은 △기금의 운영규칙이 세계은행의 정책보다 우선 △모든 개도국이 기금에 직접 접근 가능 △COP의 지침 준수 등이다.
재정 투입 방안으로는 선진국에게는 지원 지속을 촉구하고 기타 당사국에는 자발적 지원을 독려하는 문구가 채택됐다. COP28 기간에는 아랍에미리트 1억 달러, 독일 1억 유로, 이탈리아 1억 유로, 영국 4천만 파운드, 미국 1750만 달러, 일본 1천만 달러 등 7억 달러(약 9천억 원)의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됐다.
정재희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 외무행정관은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과 관련해 1992년 첫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결정된 선진국과 개도국의 구분과 관련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대립 탓에 선진국에게도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 의무가 지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행정관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정치적 다툼이 지속될 것”이라며 “개도국은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무국 역할을 세계은행이 지속하는지를 점검하고 선진국은 공여국 확대 등의 공약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 조홍식 COP28 대통령 특사(기후환경대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과 공유 대국민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 기후환경대사인 조홍식 COP28 대통령 특사는 축사에서 “COP28은 역사상 처음으로 에너지 체계를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라는 큰 목표에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폐막이 미뤄지는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특사는 “특히 개도국 그룹 내에서도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경제대국의 입장과 작은 섬나라의 입장이 같을 수가 없고 사우디 등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부국들이 개도국 범주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에 관한 논쟁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파리협정에서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주장했던 우리나라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도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