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은행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이용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금감원은 14일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주재한 16개 은행 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DSR 우회 등의 내용이 담긴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금감원 14일 밝혔다. |
점검 결과에 따르면 여러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영업에 활용했다.
현행 DSR 규제에 따라 차주가 해마다 갚는 할 대출 원리금은 연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다.
다만 50년까지 대출기간을 늘리면 해마다 갚는 원리금이 줄어들어 같은 규제라도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DSR 규제를 우회하는 셈이어서 내규에 따라 관련 사항은 상품위원회 등의 사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은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일부 은행에서는 리스크와 심사부서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되는 등 사전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DSR 우회 수단으로 주담대 대환이 쓰인 사례도 나왔다.
일부 은행은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만기가 길기 때문에 대환대출을 신청하는 대출자에 신용대출 대신 주담대로 대환하도록 독려했다.
또한 일부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은 우수고객이나 공무원에 우량 가계대출을 취급하면 DSR 70%를 넘기는 높은 DSR로 취급할 것을 독려한 사례도 적발됐다.
잔액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상품을 신잔액 코픽스 상품으로 대환하면 가계대출 규제가 배제되는 점을 이용해 DSR 심사를 생략한 사례도 나왔다.
이밖에 전세나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출에 대해서는 상환 능력 심사가 소홀했던 사례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은행권 일선 점포가 무리하게 영업에 나선 배경에 KPI(핵심성과지표)가 있다고 바라봤다.
점검 결과 은행들은 가계대출 실적에 KPI가 비례하도록 설정해 두고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KPI에서 가계대출 항목을 제외하도록 유도해 오고 있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등을 짚고 은행 16곳을 대상으로 8월24일부터 11월1일까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 바꾸도록 지도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합리적 근거 없이 대출 만기를 장기로 운영하는 것은 DSR 회피 목적으로 보고 금지한다.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대출규제 예외 인정 종료와 높은 DSR 특례 개선 등도 추진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