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불안과 금융 불안을 유발하는 기후의 티핑포인트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23년 8월 그린란드 스코르스비 피요르드 인근의 마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지구 생태계 급변뿐 인류의 대규모 이주, 정치적 불안, 금융 불안을 유발하는 기후의 ‘티핑포인트’가 임박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을 긴급히 줄이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티핑포인트’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6일(현지시각) 영국 엑서터 대학 등 200여 명의 국제연구진은 ‘2023 세계 티핑포인트 보고서’를 내놨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란 점진적인 변화가 급격한 변화로 넘어가는 특정 지점 즉 임계점을 말한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지구 생태계의 잠재적 티핑포인트 26곳 가운데 25곳을 조사하고 컴퓨터로 종합 분석했다. 또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티핑포인트, 그리고 지속 가능한 행동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티핑포인트를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5곳 중 5곳이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붕, 열대지방 산호초, 북대서양 아열대 환류, 영구동토층이 ‘부정적인’ 티핑포인트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곳 가운데 하나만 임계점을 넘어도 연쇄적으로 다른 곳까지 부정적 티핑포인트를 맞이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의 빙붕이 붕괴하면 해수면이 7미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해류 순환이 급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엘니뇨 남방 진동이 강화돼 해수면 온도와 대기 변화가 더 커질 수 있다.
엑서터대학 지구시스템연구소의 티모시 렌턴 교수는 6일 가디언을 통해 “지구 생태계의 티핑포인트는 하나가 무너지면 더 파괴적인 연쇄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주요 작물 재배지 감소 같은 생태계 변화뿐 아니라 인구의 대규모 이주, 정치적 불안정, 금융 붕괴 같은 사회적 영향 등 파괴적인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즉 1850년대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2030년대에는 다른 3곳이 부정적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여기에는 맹그로브와 해초 초원, 아한대림이 포함됐다.
지구 생태계의 티핑포인트들은 자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를 통해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연구분석 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티핑포인트로 가고 있는 기후를 언덕 위 바윗돌에 비유한다.
바위 즉 기후를 위로 굴려 올릴 때 가하는 힘 즉 온실가스가 사라지면 바위는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그러나 계속 힘을 가해 언덕 꼭대기 즉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반대편으로 굴러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가 되는 것이다.
더 컨버세이션은 “기후 시스템에는 빙상, 열대우림 등 잠재적 티핑포인트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것들이 티핑포인트를 한 번 넘어버리면 원 상태로 복구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해 ‘긍정적 티핑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티핑포인트란 전력 생산과 비료 생산 등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연쇄반응을 일으켜 ‘화석연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 넘어가는 급격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 지구상에 위치한 티핑포인트 위치를 표시한 지도. 북대서양 아열대 환류(분홍색),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붕(짙은 푸른색), 영구동토층(하늘색), 열대지방 산호초(분홍색 점). <엑서터 대학, 2023 세계 티핑포인트 보고서> |
엑서터 대학 연구진은 공식 유튜브를 통해 “긍정적 티핑포인트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미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져 생산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전기차 역시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정적, 긍정적 티핑포인트를 가리지 않고 이를 관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특별 보고서를 만들어 티핑포인트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동시에 임계점을 앞둔 부정적 티핑포인트를 방지하기 위한 화석연료의 전면 퇴출은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진은 “우리가 향후 몇 년 동안 내리는 결정으로 앞으로의 수천 년이 바뀔 수 있다”며 “지금 당장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