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00건설 부사장입니다. 이번에 자리를 옮기고 싶은데 좋은 자리 좀 추천해 줘요.”
헤드헌팅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종종 이런 전화나 이메일을 받는다. 연말연시 인사시즌이 되면50대 기업 임원 출신들의 다소 ‘거만한’ 전화가 좀 더 잦아진다.
▲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 중장년, 어르신 희망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이 취업이나 이직에 대해 일반적인 구직자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목소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대뜸 전화해서 훌륭한 커리어를 지닌 자신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을 추천해달라고 ‘요구성 부탁’을 한다.
이력서나 경력기술서를 보내달라고 하면 ’알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감히 그런 요구를 하느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제시하는 포지션이 마음에 들면 그때 가서 보내주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자세로 접근하는 50대를 접할 때마다 ‘현실인식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서 본인의 입지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직 가능성은 현실인식의 정확도에 비례한다.
50대 임원들은 자신이 아직 커리어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임원에 오른 그 순간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인데 본격적인 오르막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 임원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40대 임원이 늘고 있는 요즘 이직시장에서 50대는 결코 매력적인 나이가 아니다. 40대, 임원을 달기 직전에 찾는 곳이 많을 때가 몸값이 가장 높은 시기다. 50대를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혼자 만의 착각일 뿐이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황량하고 냉랭한 현실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잡포털에 본인의 이력서를 한 번 올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겉보기에 화려한 이력으로 가득 찬 이력서임에도 기대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화려해서 부담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많은 몸값과 높은 직급 때문에 함부로 손을 뻗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잡포털을 뒤지는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분이다.
50대는 이직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10년, 길게는 20년은 더 일해야 하지만, 이직은 이번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보에 따라 노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직하려면 회사의 울타리가 아직 견고할 때 이직시장에서 본인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자가 병을 치료하려면 주변에 소문을 내 명의를 찾듯이 먼저 주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실상 50대의 이직은 네트워크에 달려있다.
늘상 먼저 연락을 주던 헤드헌터들에게 자신이 나서서 연락을 취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연락처를 저장해 놓은 헤드헌터가 없다면 이름이 잘 알려진 신뢰할 수 있는 헤드헌팅회사에 직접 연락하거나, 헤드헌터들이 모여 있는 경력직 전문직 전문 채용 플랫폼을 활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헤드헌터들이 갖고 있는 포지션은 대개 일반 잡포털에서는 찾지 않는 고위직, 임원급이다. 그렇기에 헤드헌터들이 주로 활동하는 경력직이나 전문직 전문 채용 플랫폼에 가야 본인에게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다. 낚싯대도 물고기가 있는 곳에 드리워야 한다.
오랜 시간 쌓은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자문이나 코칭을 원하는 기업과 전문가를 매칭하는 플랫폼들이 많아졌다. 필자가 몸담은 커리어케어도 이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자문을 하다 입사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어 새로운 활로로 고려해 볼 수 있다.
50대 간부나 임원이라면 대개 실무로부터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눈높이를 낮춰 이직하게 되면 본인이 직접 실무를 챙겨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부하직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에 맞는 실무역량을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