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전을 앞둔 한국전력공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서울 강남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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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하게 되는 한국전력공사는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을 완료해야만 한다. |
5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의 광주전남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기게 되고 본사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 혁신도시특별법은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 그 이후 1년 안에 사옥을 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내년 11월까지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을 완료해야만 한다.
한전의 삼성동 부지는 강남 최대이자 최후의 '노른자위 땅'이다. 서울 강남 업무 중심지인 테헤란로와 접해있고 길 건너편에는 무역센터, 코엑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현대백화점 등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이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7만9,342㎡(2만4,000평)에 달하며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 단순 시세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7년 한전이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을 결정한 후 삼성동 부지는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는데, 최근 정부가 공기업들에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일 것을 강력 주문하면서 또다시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18개 부채 중점관리 기관과 20개 방만경영 중점관리 기관에 올해 1월까지 부채감축 계획 및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한전은 사옥과 부지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2015년 이후 최단 기간에 1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과 정부가 삼성동 부지의 개발여부와 매각시기를 두고 입장 차를 보이면서 매각 계획 수립에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전은 삼성동 부지를 개발 후 매각해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고 그 돈으로 한전이 짊어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를 탕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한전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삼성동 본사 부지는 매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방식으로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현재 3종 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삼성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용지로 용도변경 뒤 개발하면 2배 이상의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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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조환익 한전 사장도 지난 2012년 12월 취임 직후 본사 부지에 대해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어 한전이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게 될 본사 부지 매각 계획안에서 개발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정부 측은 삼성동 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발을 한다고 매각 시기를 늦추는 것은 부채를 빨리 갚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동 부지를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하려면 특혜 시비가 불가피한데다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17년까지 부채비율 200%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일정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한전이 정부의 뜻에 따라 매각을 서두를 경우 개발이익을 통한 부채 탕감을 차치하더라도 또 다른 특혜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 부지 매입가격이 조단위에 이르는 만큼 자금력을 지닌 주체가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매입 주체에 따라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한전의 입장으로서는 '돈 주고 빰 맞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부동산업계에서는 삼성동 부지를 두고 삼성과 현대차가 맞붙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았을 만큼 이 곳에 애착을 보였다. 또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통해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삼성동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양재동 사옥의 공간이 부족해 새로운 사옥 부지 확보에 나섰다가 뚝섬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계획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그런 만큼 삼성동 부지는 최적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