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해외 건설사업에서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저유가로 발주처의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중동에서 진행하던 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중단됐다.
삼성물산은 비중동 국가에서 수주를 따내고 있지만 수주 비중이 높은 중동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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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중동에서 공사 중단소식이 날아들면서 중동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와 추진하던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지분투자를 했고 공사금액은 2조8천억 원 규모다.
사업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이 지연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앞서 올해 알제리 모스타가넴 프로젝트와 카타르 도하메트로 프로젝트도 공사중단과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각각 공사규모가 6584억 원, 8190억 원에 이른다.
알제리 프로젝트의 경우 삼성물산이 발주처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추가 피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프로젝트 규모는 모두 1조5천억 원으로 모스타가넴과 나마 두 곳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모스타가넴 공사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만큼 나마 사업장 역시 앞날이 불투명하다.
알제리 사업장에 대해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 프로젝트는 모두 저유가로 발주처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중동은 대부분 발주처가 정부나 국영기업이다. 이들은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수출로 내고 있는데 저유가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국내 기업에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삼성물산은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다른 지역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영국 MGT파워가 개발하고 맥쿼리와 덴마크 연기금 PKA가 공동투자한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스페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공사금액은 모두 6억5천만 파운드로 삼성물산 지분은 27%(2519억 원)가량이다.
홍콩공항공사가 발주한 첵랍콕국제공항 지반개량 공사도 수주했다. 공사비 3억4천만 달러 규모에서 삼성물산은 지분 70%를 갖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부터 호주 도로공사, 캐나다 수력발전댐공사, 싱가포르 지하철공사 등 선진시장 인프라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그러나 올해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긴축 재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 중동 국가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 신규 발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공사대금 지급이 미뤄지거나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