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내년 3분기까지 CBDC(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 은행을 선정해 실거래 테스트에 돌입한다.
실거래 테스트는 디지털 바우처 중심으로 이뤄진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CBDC와 미래 통화체계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한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3일 실거래 테스트와 가상환경에서의 기술실험 등의 내용이 담긴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발행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와 비슷하다. 하지만 각 나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보증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이날 내놓은 CBDC 세부 추진계획은 크게 ‘실거래 테스트’와 ‘가상환경에서의 기술실험’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실거래 테스트에서는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먼저 시험한다.
한은은 그동안 정부와 기업 등이 보조금과 상품권을 위해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바우처를 발행해 활용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와 복잡하고 느린 정산과정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BDC에 기반한 예금 토큰 등에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탑재하면 이같은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거래 테스트는 내년 3분기까지 참여은행과 참여자를 선정하고 4분기에 실행된다.
한은은 실거래 테스트는 국민이 새로운 디지털 통화의 효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환경에서의 기술실험’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발행·유통과정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가상환경에서 점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등 새로운 형태의 자산 유통 실험과 고객 대상 발행 실험, 금융기관 대상 발행 실험이 진행된다.
한은은 이밖에 이날 아구스틴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CBDC 미래 통화시스템’ 세미나를 열었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은의 CBDC 추진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은의 CBDC는 미래 통화시스템 비전에 부합한다”며 “한은의 CBDC 사업을 ‘디지털 원’이라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CBDC가 기존 통화를 없앨 가능성을 놓고
이창용 한은 총재와 카스텐스 사무총장 사이 대담도 이뤄졌다.
이 총재는 카스텐스 사무총장에 현금이 CBDC 때문에 사라질 지를 두고 질문했다. 현금발행비용보다 낮은 CBDC가 안착하면 기존 통화는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CBDC의 현금 구축 가능성을 놓고 선을 그었다.
그는 “CBDC가 개발돼도 현금을 몰아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은 분명히 존재해야 하고 CBDC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