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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밀정'(왼쪽)과 '고산자, 대동여지도' 포스터. |
‘일제 강점기 대 조선시대’ ‘김지운 대 강우석’ ‘송강호 대 차승원’.
추석 연휴가 낀 9월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빅매치를 앞두고 있다.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가 9월7일 동시에 개봉한다.
두 편 모두 실존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 관객들의 발길이 어느쪽으로 향할지 주목된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가 실시간 예매율 3위와 4위에 나란히 올랐다.
‘터널’이 600만 관객을 훌쩍 넘기고 예매율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2편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반증이다.
밀정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열단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달콤한 인생’ ‘장화와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한국영화계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김지운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김 감독은 한국형 액션과 느와르의 대가로 꼽히지만 스타일리스트적 면모도 탁월하다.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최동훈 감독과는 다른 영화문법으로 관객들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송강호씨가 맡은 주인공은 실존인물 황옥을 모티브로 했다. 이병헌씨가 역시 실존인물인 김원봉으로 ‘깜짝’ 출연하며 충무로 흥행 배우로 떠오른 공유씨가 ‘부산행’에서와는 다른 캐릭터로 찾아온다.
‘투캅스’ 시리즈와 ‘실미도’ 등 숱한 흥행작을 냈던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귀환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을 다뤘지만 실화와 허구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도 없지 않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물이지만 의외로 사료가 충분지 않은 탓이다.
강 감독은 상업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스토리텔러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이번 신작은 재미보다 묵직한 감동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기영화이기도 하지만 혀를 내두르는 ‘지도꾼’ 김정호의 발자취를 따르다보니 백두산 천지에서 최남단 마라도에 이르까지 전국의 아름다운 풍광도 자연히 카메라에 담기게 됐다.
두 편 모두 7일 나란히 개봉해 한국영화로는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14일 개봉하는 외화 ‘매그피센트7’ 외에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편이다.
이번 추석은 5일 동안 황금연휴가 이어지고 지난해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흥행했던 것처럼 시대극이 유독 강점을 보였던 것도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족단위 관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터널’과 ‘덕혜옹주’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 추석 시즌까지 롱런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영화 신작 2편이 개봉되는 대로 흥행세가 완연히 꺾일 것이란 관측이 높다.
최근 한국영화 흥행의 관건은 영화적 만듦새가 크게 좌우하고 있다. 무엇을 다루고 누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2편의 신작 대결이 뜨거웠던 여름 한국영화 열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