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자체 5G 통신반도체 개발 목표 시점을 재차 늦추고 있다. 퀄컴의 5G 통신모뎀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퀄컴>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폰 등 제품에 탑재하는 통신모뎀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정부 규제를 극복하고 5G 통신반도체 내재화에 성공한 반면 애플은 앞으로 최소 수 년 동안 퀄컴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2025년 상반기까지 자체 통신모뎀을 개발해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직접 개발한 통신반도체를 상용화하는 시점은 일러도 2025년 연말이나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5G 모뎀을 비롯한 주요 통신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설계해 선보이려는 애플의 노력은 수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자한 금액도 상당하다.
애플이 2019년 인텔의 통신반도체 사업을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적어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자체 모뎀 개발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퀄컴에 의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현재 5G 통신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퀄컴과 거래를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이를 직접 개발해 탑재하며 부품 단가 및 기술 사용료를 절약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두 회사는 통신반도체 기술 특허 및 라이선스 비용 문제를 두고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퀄컴과 2024년까지 5G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고 최근에는 이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자체 기술로 5G 통신모뎀을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앞으로 최소 수 년은 퀄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한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당초 2024년부터 아이폰에 탑재되는 통신반도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이미 두 차례 늦춰졌다.
만약 애플이 2026년부터 직접 통신모뎀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아이폰SE 등 저가 모델에만 우선적으로 적용해 시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과거 퀄컴과 인텔에서 5G 통신반도체를 모두 사들일 당시 인텔 모뎀을 탑재한 기기에서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과거의 실책을 고려해 애플워치와 아이패드 등 판매량이 적은 제품에 우선적으로 자체 통신모뎀을 적용한 뒤 아이폰에 적용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애플이 처음 설정했던 목표와 같이 퀄컴과 완전히 결별을 선언하게 되는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 등 제품에 탑재하는 프로세서를 모두 직접 개발하며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 애플 아이폰15 프로 제품 홍보용 이미지. <애플> |
그러나 통신반도체 분야에서는 퀄컴이 상당수의 기술 특허를 선점하고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어 애플의 도전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중국 화웨이가 최근 5G 통신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새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에 탑재한 데 비춰보면 애플의 기술력이 화웨이에도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는 2020년부터 미국 정부 규제로 퀄컴의 통신반도체를 사들일 수 없게 됐다. 결국 수 년 동안 5G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9월 출시한 메이트60프로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한 5G 모뎀을 적용하며 미국의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기술 역량을 증명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전문가들은 화웨이 5G 반도체가 완전히 중국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애플도 실패한 과제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의 자체 통신반도체 개발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상용화가 되더라도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현재 퀄컴에 5G 통신반도체 구매 비용과 별도로 아이폰 한 대당 9달러에 이르는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모뎀 개발이 원가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체적으로 통신모뎀을 개발해 탑재하더라도 퀄컴의 기술 특허를 침해한다면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퀄컴과 결별이 애플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