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을 넓히려 인수합병 대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 실적이 3분기 크게 악화돼서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상상인저축은행 실적 악화에 인수합병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자본여력이 넉넉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에게 상상인저축은행이 갖기엔 이득이 적고 버리긴 쉽지 않은 ‘계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체계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3분기 순손실 232억 원을 냈다. 2분기 순손실 73억 원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29%로 6월 말(10.67%)보다 2.62%포인트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사가 지닌 채권이 얼마나 부실한지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뇌관도 안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부동산PF와 건설업, 부동산업에 내준 신용공여액은 6월 말 기준 1조671억 원에 이른다. 법정한도인 1조3487억 원의 79%를 차지한다. 연체율도 12.7%로 낮지 않다.
6월 말 기준 주요 저축은행의 법정한도 대비 실용공여액 비중인 웰컴저축은행 65.4%, OK저축은행 55.8%, 애큐온저축은행 28.5%, SBI저축은행 25.3%, 페퍼저축은행 19%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82.8%로 높은 편이지만 연체율은 2.6%로 상상인저축은행보다 크게 낮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보다 부동산 업종 관련 대출을 많이 내주면서도 연체율 관리도 부실했던 셈이다.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설이 처음 나왔을 때 업계에서는 계열사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바라봤다.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어 해당 지역에 의무적으로 대출을 내줘야 하는 비중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주사 아래 계열사로서 다른 저축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름값을 갖고 있지만 충청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어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금융도 10월 말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은 이유를 제시하며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공식화했다.
김건호 우리금융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당시 “(상상인 저축은행 인수는)검토 중인 사안이 맞다”며 “검토배경은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역기반이 충청이고 금융위에서 대주주 관련 매각명령이 있는 저축은행은 합병가능하다는 개선명령이 있어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본상황이 상상인저축은행의 부실을 시원히 떠안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9월 말 기준 12.1%로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올해 초 목표로 제시한 12%를 겨우 넘기기도 했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금융사의 자본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임 회장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금융업계에서는 나온다.
부실한 저축은행을 정리하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임 회장이 무리하게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인수 검토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서 공식화한 만큼 임 회장의 경영 스타일 상 인수합병을 완전히 없던 일로 되돌리기엔 조금 멀리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 회장은 2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사안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은 2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각종 경영 현안을 다룬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는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사외이사가 모두 참여한다.
임시 이사회는 정기 이사회와 달리 통상적으로 주요 경영 현안을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4일 이사회에서 어떤 사안이 오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