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골프 경기 실시간 중계에 나서는 것을 두고 향후 다른 종목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넷플릭스가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골프 대회인 '더 넷플릭스 컵'의 홍보용 이미지. <넷플릭스> |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가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스포츠 실시간 중계에 나선다. 한국시각으로 15일 오후 8시에 방영하는 ‘더 넷플릭스 컵’이다.
이에 향후 넷플릭스가 전미프로농구리그(NBA) 중계권을 사들여 스포츠 실시간 중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스트리밍 기업과 광고주들 모두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넷플릭스를 포함해 애플과 구글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시각)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윈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이벤트성 골프 행사인 더 넷플릭스컵을 생중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넷플릭스컵 생중계가 ‘더 큰 무언가를 위한 워밍업‘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실시간 스포츠 중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벌이는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거의 모든 장르의 영상물을 방송한다. 그러나 그동안 스포츠 경기 생중계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스포츠 중계는 막대한 중계권료 때문에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업체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사란도스는 2022년 12월6일 열린 UBS 글로벌 콘퍼런스 현장에서 실시간 스포츠 중계 시장에 뛰어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넷플릭스는 스포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란도스 CEO의 발언을 전후해 상황이 바뀌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중간에 광고를 포함하는 요금제를 새로 선보인 것이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가입자는 2023년 11월 15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광고 요금제가 대규모의 가입자를 모으면서 실시간 스포츠 중계도 수익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스포츠 경기엔 하프타임 즉 일정한 휴식시간이 있어 실시간 중계 방송 때에도 중간 광고가 통상적으로 들어간다.
▲ 구글과 애플과 같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추고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에 실시간 스포츠 중계 시장은 광고 수익과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사진은 NFL 스트리밍 중계 홍보 영상<유튜브 갈무리> |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이 스포츠 리그 자체를 사들여 중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리그 운영 주체에게 중계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보니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월드 서핑 리그의 인수를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모엣 나단손의 선임 애널리스트 마이클 나단손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골프경기 중계는 넷플릭스의 스포츠 생중계 능력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2025년에 현재 중계권자와 계약이 만료되는 미국농구협회(NBA)의 판권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실시간 스포츠 방송은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뛸 수 없다보니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며칠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구독자가 늘어나면 스트리밍 기업은 광고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스포츠 생중계 시장에 넷플릭스를 포함해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구글은 2022년 유튜브의 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판권을 구매했다. NFL은 리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매주 일요일 마다 평균 2천만 명 가량의 시청자가 경기를 본다.
애플 또한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독점 중계권으로 스트리밍 사업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까지 인수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뉴욕포스트는 14일자 보도를 통해 “애플이 만약 인수한다면 ESPN에게 최적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그리고 애플과 같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추고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게 실시간 스포츠 중계 시장은 갈수록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넷플릭스가 지난 4월 실시간 연애 예능 ‘연애 실험:블라인드 러브’의 생중계를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했던 경험을 재조명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빅테크 기업들한텐 스포츠 생중계 시장 진출이 무리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