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2023'에 연사로 나서 회사의 미래 모빌리티 성장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신차 공백기를 맞으며 올해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취임 첫해부터 3년 만의 영업흑자 달성을 이뤘는데 판매 부진에 흑자 기조 유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르노코리아는 10일 스웨덴 전기차업체 폴스타,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북미 수출 및 국내 판매를 위한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폴스타4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리그룹은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지분 34.02%를 인수해 현재 프랑스 르노그룹에 이어 르노코리아의 2대주주다.
올해 상하이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된 폴스타4는 폴스타의 2번째 SUV로 크기와 가격에서 중형 세단 폴스타2와 준대형 SUV 폴스타3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폴스타4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SUV 전기차로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출범과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드블레즈 사장은 추진중인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폴스타발 일감을 더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르노코리아 대표이사에 오른 드블레즈 사장은 취임 첫해 18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9년 뒤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르노코리아가 2020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수출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된 영향이 컸다.
2019년 약 9만 대였던 르노코리아 수출실적은 2020년 1년 만에 2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르노삼성 시절인 2017년 르노코리아는 매출 6조7095억 원, 영업이익 4016억 원을 내며 최전성기를 맞았다. 그해 르노코리아는 내수 10만여 대, 수출(닛산 로그 포함) 17만 여대 등 국내외에서 27만6808대를 판매했다.
드블레즈 사장이 임기 첫해 흑자전환을 달성한 데는 2021년 6월 유럽 선적을 시작한 뒤 소형 SUV XM3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바가 컸다. 르노코리아는 2021년 7만1673대, 2022년에는 11만7020대를 수출해 2019년 수출실적 이상을 회복했다. 특히 XM3는 지난해 창사이래 유럽지역 최대 수출 실적을 새로 썼다.
하지만 올해 르노코리아는 마땅한 신차가 없어 국내외에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유럽 출시 3년차를 맞아 올해 1~10월 XM3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27.6%가 빠졌고 르노코리아 전체 수출은 같은 기간 24.7% 뒷걸음친 7만4367대에 그쳤다.
내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1~10월 르노코리아 국내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7.6% 꺾인 1만8579대를 기록하며 반토막이 났다.
드블레즈 사장이 어렵게 일군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다만 올해의 판매실적 부진은 르노코리아의 신차 출시 스케줄상 어느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 르노코리아가 2025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폴스타4. <폴스타> |
현재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그룹, 중국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중형SUV 하이브리드차(오로라1)를 출시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부터 출시할 친환경차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어두운 시기를 지나 태양이 떠오른다는 뜻을 담아 '오로라(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프로젝트'라 부른다.
이듬해인 2025년에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폴스타4 생산과 별개로 자체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 출시에 관한 청사진도 구체화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기 해외에 본사를 둔 외투기업으로서 전기차 일감 확보는 회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올 6월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에서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함께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귀도 학 부회장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대규모 투자로 연간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춰 미래차 생산기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처음으로 부산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공식화 했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내수와 수출 판매를 위한 중형 및 준대형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오로라1, 오로라2에 이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 모델인 오로라3 프로젝트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지난해 10월 출시한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24~2025년까지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생산해 라인업 전면에 배치하고 2026년 이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드블레즈 사장이 세운 르노코리아의 전동화 전략이다.
르노그룹은 오로라 프로젝트 신차를 바탕으로 한국을 수익성 높은 중대형 차량의 수출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을 갖고 있어 르노코리아가 신차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이익체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을 중대형 차량의 수출 허브로 삼으려 한다"며 "여건만 갖춰지면 르노그룹은 앞으로 6년 동안 르노코리아에 수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코리아의 첫 엔지니어 출신 대표이사로 르노 남미시장 차량개발 총괄 엔지니어, 르노 C(준중형), D(중형) 세그먼트 신차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친 르노그룹 내 신차개발 전문가다.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가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 하는 시기 오로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로 드블레즈 사장을 사령탑에 앉힌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오로라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거두기 까지는 아직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드블레즈 사장은 신차 없는 올해 판매부진을 버텨내고자 주력 모델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고육지책도 마다않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이 1년가량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오로라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지난 2년은 어두운 시기였는데 2026년이 되면 다시 태양이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