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디즈니를 매력적인 인수대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콘텐츠 스트리밍 사업과 테마파크 등 기타 사업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뒤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국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추진되면 애플이 디즈니를 더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평가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8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밥 아이거의 중장기 사업 전략 방향성을 두고 디즈니 내부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밥 아이거는 지난해 11월 디즈니 경영에 복귀한 뒤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작업을 주도해 왔다. 디즈니가 영화와 동영상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며 수익성 확보가 다급해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디즈니 내부 직원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디즈니가 영상 플랫폼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대 경쟁사인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2019년 이래로 디즈니플러스 플랫폼 사업에서 발생한 누적 적자는 110억 달러(약 14조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밥 아이거는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영화와 테마파크, 스트리밍 사업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효율화를 넘어 디즈니에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밥 아이거는 디즈니에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는 스트리밍 사업을 다른 사업과 분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디즈니 실적을 뒷받침하는 테마파크와 유통, 출판과 지식재산(IP) 라이선스 사업을 동영상 스트리밍과 완전히 다른 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뒤에도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양쪽에서 모두 디즈니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밥 아이거의 이러한 계획이 회사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회사를 여러 법인으로 분할해 몸집을 줄이면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필요한 사업부문만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디즈니> |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애플이 여러 증권사로부터 디즈니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주목받아 왔다며 “사업 재편은 디즈니를 잠재 인수자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콘텐츠 플랫폼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자체 지식재산(IP)이나 제작 역량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마블과 스타워즈, 픽사와 폭스 등 여러 스튜디오의 유명 지식재산을 갖추고 있는 디즈니는 자연히 애플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으로 꼽힌다.
만약 밥 아이거가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을 분할한 뒤 애플에 매각을 실현한다면 장기간 이어진 적자에 따른 부담을 덜고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애플이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고 각국의 독점금지 규제를 넘어야 하는 등 현실적 제약이 따르지만 디즈니 인수 시나리오는 증권가에서 수 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디즈니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수록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종가 기준 디즈니 주가는 84.59달러로 2021년 기록했던 고점 대비 약 58% 하락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8일 디즈니는 자체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추가 구조조정 또는 일부 사업 매각과 관련한 내용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디즈니가 우선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 같은 소규모 자산 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즈니가 ESPN 매각을 추진하면 240억 달러(약 31조3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며 “애플과 아마존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 애플의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안내 이미지. <디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