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 가격이 최근 1년 사이에 70% 넘게 급락하면서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남미 칠레 북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에 조성된 리튬광산 연못. 세계 3위의 리튬 매장지로 알려진 곳이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로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가격이 지난해 연말이 비해 70%가 넘게 하락했지만 조만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튬과 유사한 성질을 보이는 나트륨(소듐)이 대체재로 거론되면서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이목을 끈다.
5일 오일프라이스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전기차 배터리에 핵심 소재인 리튬이 2025년에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원자재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10월19일자 보도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의 컨설팅 업체 피치솔루션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리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이르면 2025년부터 리튬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는 근거로는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정도의 채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탄산리튬(Li
2CO
3)의 2023년 10월 가격은 톤(t)당 2만3860달러(약 3238만 원)다. 1년 전인 2022년 11월보다 70% 넘게 폭락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LiOH) 가격도 2023년 3분기에 2분기 대비 20% 하락했다.
이는 그동안 전기차 산업의 급성장으로 리튬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이에 리튬 채굴 업체들은 공급을 크게 늘려놨다.
그러나 가격 하락이 지속돼 채산성이 떨어지면 리튬 채굴업 자체 전망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 세계 1위 리튬 업체인 앨버말이 호주의 리튬 채굴기업 라이온타운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이 한 사례다.
오일프라이스는 “리튬 가격 폭락은 앨버말의 인수합병 포기에 영향을 준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수요가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리튬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중국만 놓고 보더라도 리튬 공급량이 수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 가운데 한 곳인 중국에 리튬 공급을 의존하는 다른 나라들에게는 큰일”이라고 경고했다.
배터리업체들은 수급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해 리튬을 대체할 물질을 찾고 있다.
▲ 나트륨 배터리의 주요 개발사로는 미국 나트론에너지와 중국 CATL이 꼽힌다. 사진은 나트론에너지가 양극재로 쓰는 '프러시안 블루'. <나트론 에너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때마침 배터리 시장에선 리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한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10월25일자 보도에서 나트륨으로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들을 소개하면서 리튬 배터리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트륨이 리튬을 대체할 원소로 각광받는 이유는 원소 성질이 유사하면서도 매장량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트륨은 또한 소금의 주성분으로 지구상에서 6번째로 많은 원소다. 리튬보다 매장량은 대략 440배 풍부하고 가격은 약 80분의 1로 훨씬 저렴하다.
나트륨과 리튬 모두 동일한 산화수를 갖는 알칼리 원소로 분류된다.
표준 온도와 압력에서 핵을 둘러싸는 전자 가운데 가장 바깥 껍질 즉 최외각에 전자가 하나만 존재해 다른 원소와 반응성이 강하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2차전지는 양(+)극을 구성하는 재료(양극재)에서 나온 이온이 전지 내부에서 이동해 음극재에 저장되거나 방출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본 원리를 가진다.
리튬이나 나트륨과 같이 반응성이 큰 원소는 이때 에너지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리튬 배터리와 비교해 크기가 크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트륨 배터리는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나트론에너지는 나트륨 배터리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곳이다.
미시간주에서 생산설비를 완공한 나트론에너지는 2023년 연말부터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도 나트륨 배터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업체로 꼽혔다. 이코노미스트는 CATL을 ‘나트륨 배터리의 선두주자’라고까지 평가했다.
에너지 공급망 전문 분석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로리 맥널티 애널리스트는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나트륨 배터리 제조용량은 2023년에 연간 약 140기가와트시(GW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스탠다드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인 51킬로와트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 27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다만 맥널티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기술이 성숙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기 투자에는 주의를 요한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