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3-10-29 16: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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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커머셜이 설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 실적 개선에 청신호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병식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사장의 리스크 관리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한 해외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된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장병식 현대커머셜 대표이사가 노력을 기울여 온 현대커머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결실을 맺었다. <현대커머셜>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22일(현지시각) 현대커머셜에 기업신용등급 ‘BBB’, 등급전망 ‘긍정적(Positive)’을 부여했다.
현대커머셜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서 모두 기업등급 ‘AA-’를 받고 있지만 국제신용등급은 2007년 설립한 뒤 16년 만에 처음으로 획득한 것이다.
자산규모가 2배 수준인 현대카드와 같은 국제신용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현대커머셜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배경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상용차 전속(캡티브) 금융사라는 지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꼽혔다.
현대커머셜에 따르면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경기 침체 우려와 통화 긴축 국면에도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커머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이번 신용등급 획득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상용차(트럭, 버스, 특장차 등) 캡티브 금융사라는 점은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바라보면 특수한 사업영역에 따라 단점이 될 수 있는데 현대커머셜은 이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기아의 국내 판매 상용차의 약 40%를 취급하고 있어 산업금융(상용차 및 건설기계 금융) 시장에서 독보적 1위로 꼽힌다.
문제는 산업금융 시장이 현대커머셜에 집중된 만큼 다른 캐피탈사와 같은 리스크 관리 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커머셜도 “산업금융 고객은 소득 변동성이 크고 유가 및 물동량 등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정확한 현금흐름 및 상환능력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가 달라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현대커머셜은 대출 상환능력은 물론 상품별 특화 모형까지 아우르는 총 12개의 평가모형을 개발해 신속하고 정교한 심사를 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연체율이 악화되는 시그널을 예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리스크 관리 부문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장병식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는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현대커머셜에서 법인리스크관리실장, 커머셜사업지원본부장을 맡아 현대커머셜이 지금과 같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로도 현대커머셜의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
최근 고금리 지속에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서도 현대커머셜은 2023년 상반기 평균 연체율은 0.81%로 0%대 연체율을 유지하며 캐피탈사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사들의 평균 연체율은 1% 중반대다.
이번 글로벌 신용등급 획득은 현대커머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에 더해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커머셜이 이번 글로벌 신용등급 획득에 따라 자금조달처를 발행 수요가 풍부한 아시아, 미국 등 국제 금융시장으로 다변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조달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버스, 트럭 등 상용차. <현대커머셜>
해외시장에서는 국내보다 낮은 비용 자금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지난해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국내보다 0.9%포인트 낮은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5%에 다가가는 등 조달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조달비용은 여전사의 실적에 중요한 요소다.
현대커머셜은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으로 1741억 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상반기 1048억 원보다 70%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자금조달 이자율이 지난해 평균 2.56%에서 올해 상반기 평균 3.69%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17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41억 원으로 줄었다.
현대커머셜은 앞으로 피치 이외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신용등급 획득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져 자금조달처를 해외로 다변화하겠다는 기조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