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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10-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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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인구 3천만 명이 거주하는 도쿄대도시권 하천에는 인공수로들이 도심 홍수를 예방한다. 사진은 아사히 맥주 본사 앞 스미다강. 원래 이름은 아라강이었는데 아라강 인공수로가 만들어지면서 스미다강으로 바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도쿄=비즈니스포스트 손영호 기자] 10월의 도쿄는 한국과 달리 늦여름이다.

19일 가을 추위가 찾아온 한국과 달리 도쿄도 미나토구 시부야강 인근 하천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이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가는 산책로는 사실 인공수로다.

평소엔 공원길이지만 10월 폭우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산책로가 있는 곳까지 물을 채워 방류구 역할을 한다.

시부야강뿐 아니라 스미다강, 시바우라 인공수로 등 도쿄 곳곳에는 도쿄만이나 인근 지하조절지로 연결된 인공수로들이 있어 폭우 때 도심으로 물이 쏟아져들어가지 않도록 빗물의 흐름을 분산한다.

지하조절지란 인공수로나 하천에서 급격하게 불어난 물을 지하로 빼내 임시로 수용하는 배수시설이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방문해 유명해진 칸다강 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가 있다.

매년 태풍과 폭우가 덮치는 도쿄대도시권에서 70년 이상 수해로 큰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던 비결이 바로 이 인공수로들에 있다.

도쿄도는 인공수로로 모인 빗물을 물재생센터에서 정화해 화장실과 도시기반시설 청소에 활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9일 도쿄 도심 번화가의 시부야강과 시바우라 인공수로, 20일에는 아리아케 물재생센터 등 도쿄도 물 관리 현장을 돌아봤다.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도쿄도 하수도국은 인공수로로 칸다강의 물을 끌어와 도시 개발로 오염된 시부야강을 복원했다. 이 인공수로들은 폭우 땐 방류구가 된다. 사진은 시부야강의 하류인 후루강 지하조절지 정비공사에 따른 우회로 안내팻말. <비즈니스포스트>
◆ '도쿄의 청계천' 시부야강의 인공수로들, 폭우시 방류구로 변신

시부야강은 '도쿄의 청계천'이라 할 만한 강이다. 청계천이 그랬듯 도시 개발로 오염됐던 강을 도쿄도 하수도국이 1995년 3월 시작한 도심하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깨끗하게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수로가 건설됐다. 도쿄도 하수도국은 신주쿠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칸다강과 연결되는 인공수로를 통해 시부야강으로 깨끗한 물을 끌어와 하천의 정화작업을 진행했다.

도쿄도 미나토구 시로카네군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넓이 약 10미터, 깊이 8미터 규모의 인공수로가 이때 만들어졌다.

도쿄도 하수도국의 당시 공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칸다강은 시부야강보다 유량이 더 많은 강인 데다 신주쿠 물재생센터가 상류에 위치해 청정수 공급에 적합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서 방문한 19일에는 시부야강과 연결된 후루강 지하조절지의 정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쿄 행정 당국은 시부야강을 행정구역에 따라 상류를 시부야강, 하류를 후루강으로 구분한다.

늦여름 땡볕 아래 흰색 형광 조끼에 푸른색 옷을 입은 인부들과 중장비가 가득한 공사현장을 피해 하천 일대를 돌아보았다.

일대를 돌다 보니 청계천과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수평적으로 넓은 구조를 가져 커다란 하천공원과 편의시설이 갖춰진 청계천과 달리 시부야강은 수직으로 깊고 좁은 계단식 테라스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도쿄도 하수도국에서 시부야 강변에 설치한 안내판에는 이러한 설계의 배경이 간단명료하게 적혀 있었다.

"급격한 유량 증가에 따른 수재를 방지하기 위함."

이 안내판에 따르면 '테라스 내부 구역(중간·하부구역)은 엄연히 하천'으로 '우천시에는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물가로 내려가 직접 발을 담가볼 수 있는 청계천과는 구조가 달랐다.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계단식 구조로 된 시부야강. <비즈니스포스트>
시부야강의 계단식 구조는 크게 하·중·상 3개 구획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역에 따라 역할이 구분됐다.

하부 구역은 4.7미터 높이의 두꺼운 시멘트 내벽과 물이 잘 빠지는 자갈 바닥으로 이루어져 물을 배출하는 배수로 역할을 한다.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되고 수영과 출입이 일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중간 구역은 1.7미터 높이로 평소에는 전망대 겸 하천공원의 역할을 한다. 널찍한 층계형 구조로 각 구간별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할 수 있다.

우천시에는 도쿄도 미나토구에서 관계자가 나와 직접 폐쇄하고 하부 구역과 같이 방류 시설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상부 구역은 하천 공원 부지인데 땅이 좁은 도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지 일부 구간에 따라서는 주택이 들어서 있는 곳들도 있었다.

세 구역을 모두 합하면 약 8.38미터의 높이가 된다. 성인 남성 4명을 수직으로 세워도 남는 높이다.

시부야강과 칸다강을 연결하는 시로카네 인공수로도 비슷한 넓이와 구조로 설계돼 위에서 내려다 보면 까마득한 높이를 자랑했다. 이런 인공수로들은 미나토구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사진은 시부야강과 칸다강을 연결하는 시로카네 인공수로의 테라스 공원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 <비즈니스포스트>
◆ 도심 곳곳의 인공수로들이 수해 예방, 3천만 명 도쿄 대도시권 지켜

도쿄 당국이 이렇듯 도심을 가로지르는 인공수로들을 마련한 배경에는 1년 내내 많은 비가 오는 일본의 지리적 특성이 있다.

글로벌 통계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도쿄의 연간 강수량은 2124mm였다. 같은 기간 서울은 1370mm가 내렸다.

심지어 일본은 극심한 도시 집중 현상으로 약 1억2천만 인구 가운데 약 3천만 명 이상이 도쿄도, 사이타마현, 치바현, 카나가와현에 이르는 도쿄 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쿄에서 수해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쿄도 총무국 종합방재과 공식자료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서 수해로 발생한 마지막 대규모 인명 피해 기록은 쇼와 24년(1949년)이었다.

시부야강과 같은 도쿄의 도심하천과 인공수로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도쿄의 강남이라 할 수 있는 신주쿠와 시부야와 같은 번화가를 장마철에 걸어다니다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불과 10분만 걸어도 곳곳에 있는 웅덩이와 물에 잠긴 도로 때문에 발목까지 몽땅 젖는 강남과 달리 도쿄의 거리는 물이 굉장히 잘 빠진다.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도쿄도 미나토구 시바우라군에 조성된 인공수로. <비즈니스포스트>
◆ 인공수로를 통해 흘러든 물의 재처리, 도시기반시설 청결에 재활용

도쿄도에서는 이러한 인공수로에 흘러드는 물도 수자원으로 보고 정화작업을 통해 재활용 하고 있다.

도쿄도 하수도국은 시바우라, 모리가사키, 나가노 등 12곳에 대형 물재생센터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곳은 도쿄만 오다이바섬에 세워진 아리아케 물재생센터로 1995년 5월 가동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운영해오고 있다.

아리아케 물재생센터 관계자는 영상 자료를 통해 "도쿄도 하수도국은 다양한 미생물을 통한 하수도 정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아리아케 물재생센터에서 재생한 하수는 화장실 청소나 유리카모메(오다이바로 가는 자기부상열차)를 청소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도쿄 시민들 폭우 내려도 걱정 안 한다, 비결은 지하조절지와 인공수로
▲ 도쿄도 고토구 아리아케 물재생센터 도쿄 하수도 박물관에 비치된 정화조. <비즈니스포스트>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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