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8일 광주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을 찾아 지지자들과 등반하고 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아침 광주에서 무등산에 올랐다. 지지자들과 동료 의원들이 함께 했다.
그는 무등산 초입에 있는 문빈정사 앞에서 “더더욱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서 저와 국민의당은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 목적지인 약사사까지 등반을 빠르게 마쳤다. 안 전 대표의 빠른 걸음에 주변사람들은 따라가기도 벅찼다.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고 안 전 대표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안 전 대표와 함께 끝까지 오른 사람은 몇몇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의 등반은 대선에 도전하는 ‘대선주자 안철수’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단면처럼 보였다.
약사사까지 거침없이 오른 모습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뤄내는 의지를 보여준다. 대선주자로서 큰 자산이다.
체력도 뒷받침된다. 안 전 대표는 매일 아침 체력단련을 위해 중랑천을 5km에서 10km뛴다고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안 전 대표가 가야 할 길은 혼자의 몫이 아니다. 안 전 대표의 말대로 시대정신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앞서 가더라도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독려하며 이끌고 가야 한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독주’를 했다. 성공하는 CEO에게는 미덕일 수 있지만 대선주자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무등산에 오르는 일은 지지자들과 유대를 다지기 위함이지 등산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안 전 대표의 모습을 보고 중간중간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안 전 대표의 광주전남 방문을 1박2일 동안 동행해 살펴보면서 그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뛰어난 상황판단 능력이 대표적이다.
안 전 대표는 29일 광주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총선 결과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라는 명령”이라며 “앞으로 그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걸 바치겠다”고 대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의 대권도전 선언은 28일 저녁 실시된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가 전당대회로 이른바 ‘컨벤션효과’를 누리는 것을 차단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29일과 30일 안 전 대표는 인터넷포털의 검색어 최상위권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상황판단능력에 대해 다른 의원들 모두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로부터 거센 단일화 압박을 받았으나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며 거부해 호남을 싹쓸이한 일이나 개인 지역구가 위태롭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일축하고 선거지원유세에 나선 일이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논란이 일자 당 대표를 물러난 일들을 보면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의 상황판단능력이 맞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여전히 익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변에서 안 전 대표가 대중들과 스킨십이 부족하고 언어적 표현력에서 아쉬움 등등을 지적한다. 정치인이라기보다 CEO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27일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들과 만찬을 했다.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20분 동안 안 전 대표에게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대선주자로서 친화력을 보여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정치인이 시장 같은 곳을 방문해 사람들과 악수하는 행동을 기성 정치인들의 쇼라고 생각한다”며 “당에서 이런 모습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타고난 천성이라 고쳐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구체적인 표현 대신 모호한 표현을 즐겨 쓰는데 이도 지식인층이나 언론을 상대로는 적절한 표현이지만 대중들을 상대로 할 때는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받는다.
안 전 대표는 27일 전남 광양 강연에서도 “국회활동을 해보니 ‘결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중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표현으로 보였다. 일반 대중들은 결산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바뀔 것이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까 힘든 일일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