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남극 서해안 푸르니에만에 떠다니는 해빙.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인류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해도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연구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남극 서해안 빙하가 21세기 말이면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와 노섬브리아 대학 연구진의 합작으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등재됐다.
연구진은 남극자연환경연구소가 보유한 슈퍼컴퓨터에 현재 상용화된 것 가운데 가장 최신형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재 기온상승 추세대로라면 남극 서해안 아문센해와 접한 빙하가 20세기에 녹았던 속도와 비교해 21세기 말까지 3배 빠른 속도로 녹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합의된 파리협정 목표를 철저하게 지켜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기온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녹는 속도가 늦춰질 뿐 빙하의 소멸은 막을 수 없었다.
이는 곧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도 남극 서해안 빙하의 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케이틀린 노튼 남극자연환경연구소 박사는 주요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극 빙하의 통제권을 잃은 것 같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것에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빙하의 소멸에 따라 세계 해수면이 평균 5미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에 따라 현재 해안으로부터 100km 내 일대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거주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해수의 온도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예측된 것보다 더 큰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튼 박사는 “남극 서해안 빙하의 소멸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기후변화의 영향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