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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롯데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근 직후 보고를 받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26일 오전 8시 조금 넘은 시각에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오피스 건물 26층 집무실로 출근한 직후 오전 8시20분께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애통해 했다”며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는 의지를 담은 유서 내용을 접한 뒤에는 더욱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끝까지 신 회장을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에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책본부 고위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결재를 받고 일처리를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늘 가까이서 모셨던 분이었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10시께 이 부회장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고 이인원 부회장의 비보는 경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롯데그룹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이 부회장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으로 임직원들의 모범이 됐던 분”이라며 “마음이 여린 분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이 무척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40년 넘게 롯데에서 잔뼈가 굵고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롯데맨’이었던 만큼 롯데그룹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는데 이런 점이 결국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핵심 3인방(이인원, 황각규, 소진세) 중에서 가장 내성적으로 평소 개인적인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격으로 혼자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부인이 수년간 중병에 시달려 고생을 해왔지만 이런 사실을 그룹의 임직원들도 잘 몰랐을 정도였다.
이 부회장의 내성적인 성격과 지나친 결백주의가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장기화되고 언론의 ‘반(反)롯데’ 보도가 잇따르면서 자괴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확대되면서 여러 직원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정신적 상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도 이 부회장에게 큰 짐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룹 오너인 신 회장쪽으로 칼끝이 계속 다가오면서 그룹 2인자인 이 부회장이 느낀 압박감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빈소는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정해졌다. 롯데그룹은 “장례형식은 롯데그룹장으로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문 일정은 유가족과 협의 중인데 아직 미정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