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가 입은 피해가 시간당 216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 연구진은 누락된 후진국들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진은 현지시각 9일 집중호우로 가택이 붕괴돼 27명이 사망한 카메룬공화국의 수도 야운데 북서부 지역.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가 기후변화로 입은 피해가 시간당 2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 연구진이 20년 동안 세계가 입은 기후피해를 집계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빅토리아 대학의 일란 노이 교수와 레베카 뉴먼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가 입은 기후피해를 집계한 결과 연간 평균 피해액이 1400억 달러(약 188조 원)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시간당 피해로 환산하면 약 1600만 달러(약 216억 원)에 이른다.
두 교수는 이전에 발표된 수백 건이 넘는 기온 상승과 재난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자료를 참고해 기후변화로 발생한 재난만을 분별했다. 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IDD)를 참고해 기후변화 관련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를 집계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해는 유럽에서 기록적 폭염이 발생한 2003년, 초강력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덮친 2008년, 그리고 러시아에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2010년이었다.
이 때 각각 연간 2300억 달러(약 309조 원)가 넘는 피해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기후 재난에 따른 인명 피해였다. 나머지는 가옥 파괴와 가축 폐사 등 재산 피해로 인한 것이었다.
재산 피해의 원인은 태풍이 66% 이상, 폭염이 16%, 홍수와 가뭄이 1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이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규모를 추정하는 보편적인 방식은 피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인명 상실에 따른 피해를 축소해 선진국들이 입는 경제적 피해가 과대평가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이에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발생한 사망자 한 명당 피해액을 평균 7백만 달러(약 94억 원)로 계산했다.
특히 개발도국의 피해는 제대로 된 통계 자료가 없어 과소추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노이 교수는 “이번에 우리가 사용한 통계 자료에는 누락된 피해가 많은 것이 문제”라며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 피해에 따른 희생자 통계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폭염 피해자 통계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후 재난의 발생 빈도는 약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의 피해는 발표된 것보다 심각할 것으로 추정됐다.
노이 교수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로 입는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에 연간 1000억 달러(약 134조 원)가 넘는 피해 복구 자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나 제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참여국들은 개발도상국이 입는 기후피해 재건과 기후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펀드 구성을 합의한 바 있다.
노이 교수는 “우리가 이번에 피해액을 집계한 방식을 활용하면 펀드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며 “향후 기후 관련 법적 분쟁에서도 근거 자료로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