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 실시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연내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만든 여러 성과연봉제 가안들을 놓고 최종적인 확정안과 시행시점 등을 결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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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위원회를 열어 9월23일에 총파업을 하는 방안을 의결하고 있다. |
은행연합회는 7월21일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같은 직급의 직원인 경우 연봉 차등폭을 최대 40%까지 적용하고 전체 연봉에서 성과급 비중을 관리자급 30% 이상, 책임자급 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은행환경에 맞는 가안들을 만들어 검토하고 있다”며 “노조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합의까지 이끌어내려면 시행을 확정하기 전까지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노조와 성과연봉제 실시에 합의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중은행장들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 차원에서 9일에 금융노조 집행부를 만나 성과연봉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성과연봉제 실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는데 시중은행의 지지부진한 성과연봉제 논의와 무관치 않다.
노동부는 17일에 펴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에서 “임금체계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근로자 과반수나 그만큼 가입자를 확보한 노조가 동의하지 않았다 해도 법률과 판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따른 조치라면 효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금융공공기관처럼 노조의 동의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사실상 열어준 셈이다.
1일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도 17조3항에 “금융회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춰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산정된 성과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용자협의회 측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맞서 금융노조는 9월23일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4차 결의대회’에서 “‘보여주기식’ 파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며 사즉생의 각오로 전면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