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량채인 은행채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채가 늘어나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하반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올해 하반기 은행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916%로 5% 턱밑까지 상승했다.
여전채 3년물 금리는 2023년 9월말 4.7% 수준을 유지하다 10월4일 4.9%대로 진입했다. 4.9%대 금리는 올해 1월17일 4.921% 이후 처음이다.
여전채 금리가 크게 상승한 배경에는 우량채인 은행채 물량 증가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여전채는 은행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위등급에 속하는 채권이다.
따라서 은행채 발행이 늘면 여전채는 일반적으로 금리를 높여 채권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예치한 100조 원 가량의 수신 만기가 다가오자 올해 8월부터 은행채 발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을 제외하고 상환액이 더 많던 은행채는 8월부터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순발행 규모는 8월 3조7794억 원, 9월 4조6800억 원이다.
이러한 순발행 흐름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수신 경쟁을 방지하고 자금조달 다각화를 유도하기 위해 월별·분기별 만기도래 물량의 125%로 제한했던 은행채 발행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26일 "4분기 은행채는 순발행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의 재수신을 위해 늘어난 발행 부담과 전년 은행채 발행 규제로 줄어든 만기액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AAA급 우량채인 한전채가 발행을 늘리던 2022년 말처럼 여전채 금리가 5%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카드사는 자금 조달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여전채의 금리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지만 여전채보다 상위등급의 채권 공급량이 늘어나면 카드채 수급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맞다"며 "카드사들이 발행채권 금리를 높이거나 조달 수단을 다변화 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은행채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며 "다만 어떤 방향으로 영향이 나타날지 당분간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여전채 금리 상승은 카드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자금을 조달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금리가 오른 영향에 부진한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은 1조4168억 원으로 2022년 상반기보다 12.8% 감소했다.
▲ 여전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카드사들이 하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신금융협회> |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가능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19일로 예정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은행채 물량 증가에 여전채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 카드사들이 조달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외화 채권 발행을 고려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사는 외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외 채권시장 금리 상황을 비교해 해외 시장이 더 유리한 때 외화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채권 이외 다른 외화 채권도 있어 가장 유리한 조건을 따져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외화 채권을 신규로 발행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해 주요 자금조달원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