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CEO 기자간담회' 이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과제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종규 회장이 재임 기간 아쉬워하고 향후 개선을 약속한 지점이 양 내정자의 주요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해외사업 성과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이 양 내정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의 임기 만료를 2달가량 앞두고 전날 열린 CEO 기자간담회는
윤종규시대에 확연히 달리진 KB금융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에 오르던 2014년 당시 리딩금융을 통한 조직원의 자긍심 회복, 은행과 비은행사업의 균형, 모범적 지배구조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안았는데 이번 간담회를 통해 지난 9년 간 각 과제에서 큰 개선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리딩뱅크를 넘어선 리딩금융을 통해 조직원의 자긍심이 올라간 것은 물론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은행과 비은행사업의 양날개를 갖췄고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승계 역시 안정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종희시대 KB금융의 자긍심 회복, 은행과 비은행 균형, 지배구조 이슈 등은 자연스레 개선이 필요하기보다는 유지·발전이 더 중요한 사안이 됐는데 대신 양 내정자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후임자인 양 내정자를 향한 기대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윤 회장은 KB금융을 이끌며 가장 아쉬운 일로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시장 경쟁력을 뽑으며 “KB금융이 세계 60위권에 있다는 데 자괴감을 느끼는데 이 부분에서 앞으로
양종희 내정자께서 한 단계 진보를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내정자의 해외사업 확장은 역시 윤 회장이 씨를 뿌려놓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를 제2의 모국(세컨드 마더마켓)으로 보고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보험사 등이 함께 진출했다”며 “KB금융이 한국에서 1등인 것처럼 원KB 전략을 통해 현지 은행들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픈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 IT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설립하고 내년 6월 정도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후 인력 등 영업체계를 재정비해서 디지털에 강점을 지닌 은행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과정이 양 내정자의 몫이다.
윤 회장은 인도네시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놓고도 양 내정자를 향한 강한 신뢰를 내보였다.
윤 회장은 “양 내정자는 기존에 글로벌과 보험을 함께 담당하면서 인도네시아사업 내용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양 내정자가 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도네시아사업 정상화를) 실행해 나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들도 양 내정자가 지속해서 챙겨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KB금융은행 신관에서 약식 간담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회장은 간담회에서 KB금융에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부통제제도와 함께 임직원의 윤리의식 강화를 꼽았는데 이를 위해서는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CEO의 의지가 있어야 단기적 캠페인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진정성 있는 기업문화 개선 프로그램 등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도 양 내정자의 주요 과제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간담회에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사실 부끄러운 측면도 있다”며 “장애인, 다문화, 청소년 등 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에서 부족하지만 차근차근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은 양 내정자가 최종 후보자로 뽑힌 뒤 진행한 약식 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양 내정자는 11일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KB금융이 그동안 기업 재무적 가치에서 1등 그룹이었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런 과제들을 통해 양 내정자가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KB금융을 만들어낼 것으로 바라봤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양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지속가능한 KB금융,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는 KB금융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며 “양 내정자는 제가 부탁을 안 드려도 저보다 잘 할 거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