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신관 1층에서 열린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 양종희 회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KB금융은 자산과 순이익 모두 명실상부한 국내 1등 금융그룹이다. 2분기 말 연결기준 자산 규모는 706조3177억 원, 상반기 순이익(지배기업지분)은 2조9967억 원에 이른다.
더군다나 KB금융에서 새 회장이 뽑힌 것은 2014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전임 회장의 성과를 잇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할 양 후보자의 양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11일 KB금융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리딩그룹 수성과 해외사업 강화, 비은행사업 확대,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이 양 후보자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양 후보자는 우선 임기 내내
윤종규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한금융과 치열한 리딩금융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현재 리딩금융으로 평가되지만 순이익 측면에서 1등 금융그룹 자리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신한금융을 앞서고 있지만 지난해는 순이익이 신한금융에 밀렸다. 이에 따라 2020년 3년 만에 되찾은 리딩금융 타이틀을 지난해 2년 만에 다시 신한금융에 내줬다.
양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KB금융의 현안으로 연체율 등 신용리스크 관리를 가장 먼저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손비용 등에 따른 수익성 변수가 클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KB금융이 긴장의 끈을 놓친다면 언제든 리딩그룹 자리를 또 다시 내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외사업 강화도 양 부회장의 핵심 과제로 여겨진다.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해외사업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현재 한 자릿수인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을 2030년 30%까지 늘리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양 부회장 임기는 2026년 11월까지다. 2030년 해외사업 비중 30%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임기 내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해외사업 성과를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일이이기도 하다.
윤종규 회장은 종종 향후 성과를 위해 씨를 뿌리고 있다는 비유를 쓰며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 투자에 힘을 실었다.
양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금 더 애정 어린 눈으로 KB금융의 해외사업을 바라봐달라고 부탁했다.
양 후보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새롭게 영업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점포에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거나 IT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있다”며 “조금 더 애정 어린 눈빛으로 봐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부끄럽지 않은 KB부코핀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은행사업 확대는 양 후보자에게 가장 기대가 큰 부분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에서는 양 후보자가 경쟁자였던 KB국민은행장 출신
허인 부회장을 꺾고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을 놓고 비은행사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 후보자는 과거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데 이어 직접 KB손해보험 대표를 5년 가량 맡아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키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 결과 KB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현재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이 40% 내외에 이른다.
양 후보자가 회장에 오르면 비은행사업 확대를 위해 조금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양종희 회장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양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수합병 대상이 단순히 금융기관뿐 아니라 비금융기관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가고 있다”며 비금융사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사업 경쟁력도 지속해서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자는 내부 출신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은행장 경험이 없다. 향후 은행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비은행사업 비중이 높아진다면 리더십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KB금융 이사회에서 우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양 후보자는 “이사회에서도 (은행장 경험이 없는 것과 관련한) 질문이 있었다”며 “KB금융은 부회장직을 통해 다른 후보들도 은행뿐 아니라 그룹 전반적인 것을 골고루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KB금융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사회적 책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회장 최종 후보 선임 이후 가장 먼저 ‘금융산업 스탠다드’를 화두로 던졌는데 이 역시 사회적 책임에 방점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국내 다른 금융그룹이 대부분 그렇듯 ‘상생금융’ 등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후보자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하나, 신한, 우리 등 다른 4대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취임 당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 4대 금융그룹 사이 더욱 치열한 상생금융 경쟁이 펼쳐질 수 있는 셈이다.
양 후보자는 “최근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KB금융이 그동안 기업 재무적 가치에서 1등 그룹이었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