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해양플랜트는 설계 난도와 제작기간이 길어 일반상선보다 단가가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사업에 막 뛰어들었을때 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매출 비중은 50~60%에 육박한 적도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에서는 다시금 해양플랜트가 돈이 되는 시기가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천연가스를 시추하고 처리하는 각종 플랜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유식 천연가스 처리시설 FLING의 시장규모가 2021년 이미 15조 원을 넘어섰다.
이 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이 주목받고 있다. 2022년 12월 3년 만에 2조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따내며 화려한 복귀신고를 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로부터 FLNG 한 척을 일본의 엔지니어링 기업 JGC와 함께 수주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경쟁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오션보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겨울을 나는 동안에도 인력과 장비를 잘 보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LNG(부유식 LNG 생산기지)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FLNG은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액화, 저장, 하역까지 할 수 있는 배로 조선기술력의 집합체로 불린다. 세계에 단 4척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이 가운데 3척을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전 대표 시절부터 한국 조선업계가 갈길은 결국 해양플랜트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지금 당장은 저유가라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해양플랜트다" 라며 "지금은 축소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더 발전시켜 나가야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대표가 여러차례 바뀌면서도 변하지 않았고, 이런 방향성 때문에 훌륭하게 보존된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경쟁력은 플랜트 호황이 돌아오면서 보답받게 됐다.
해양플랜트는 한 때 한국 조선업계를 고사 직전까지 몰고간 범인으로 꼽힌다.
한국 조선업계는 저가수주로 벌크선, 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한 중국조선업계와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양플랜트를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었지만 설계 난도가 높고 제작기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이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한국 조선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이 분야에 새롭게 뛰어든 한국 조선기업들은 설계능력이 부족해 계획을 수정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기자재들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원가 부담이 크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미국 셰일혁명으로 유가가 낮아지면서 석유 시추 수요가 줄게 되자 모든 피해를 시장의 약자였던 한국 조선기업들이 뒤집어썼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미국 셰일을 견제하기 위해 증산에 나서면서 배럴당 90달러였던 유가가 26달러까지 급락하자 고객들은 앞다퉈 주문을 취소했으며 삼성중공업은 고객사에 수천억 원을 돌려주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조선업계의 상황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한국 조선업계는 무리한 저가수주를 따내지 않는 수주전략을 정착시켰고 약점이었던 설계역량과 기자재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게 됐다.
2014년부터는 정부에서도 해양플랜트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산업부는 부산에 해양플랜트 기자재 R&D센터를 설립해 펌프, 파이프, 밸브 등 핵심 기자재들을 국산화했고 설계역량도 확보해왔다.
삼성중공업 역시 2023년 부산에 R&D 거점을 마련했다. 삼성중공업은 이곳에서 해양 엔지니어링 인력을 확보하고 설계역량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기업이다. 과연 삼성중공업이오랜 해양플랜트 잔혹사를 끝내고 해양플랜트 호황기에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