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대학교 교수가 2021년 게재한 논문이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논문을 철회한 피지컬리뷰레터스는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검증한 결과 해당 논문의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초전도체를 설명하고 있는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대 교수. <로체스터대 유튜브> |
[비즈니스포스트] 상온 초전도체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뒤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던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대학교 교수의 다른 연구논문이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디아스 교수의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은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LK-99 관련 논문과 마찬가지로 다른 연구팀의 실험에서 재현과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상온 초전도체 상용화가 과학계에서 그만큼 쉽지 않은 난제로 꼽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가 2021년 등재한 망간 설파이드(망간과 황 화합물)의 전기 저항성과 관련한 디아스 교수의 연구 논문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디아스 교수의 논문은 내부 그래프에 표기된 전기 저항 수치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사 검증을 받았다. 해당 논문의 게르마늄 셀레나이드(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사용되는 물질) 전기 저항 수치가 2013년 발표된 다른 논문의 수치와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피지컬리뷰레터스의 논문 철회 조치가 상온 초전도체 연구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논문의 공동저자 랑가 디아스 교수가 이미 2020년에 세계 최초로 상온인 섭씨 15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가 유력 학술지 ‘네이처’에 의해 논문이 철회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디아스 교수는 올해 3월에도 섭씨 20도의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질소 주입 루테튬 화합물’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했다.
당시 중국 난징대 연구팀은 디아스 교수의 상온 초전도체를 검증하기 위해 논문 자료에 첨부된 사진과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화합물을 재현했다. 그러나 디아스 교수의 주장과 달리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아 진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디아스 교수는 직접 샘플을 만들어 미국 일리노이대 초전도체 연구팀에 제공했고 해당 연구팀이 검증을 진행하자 섭씨 2도에서 전기 저항이 0까지 떨어지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샘플이 보인 반응이 디아스 교수가 제출한 논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이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피지컬리뷰레터스는 논문 검증을 위해 익명의 외부 전문가를 다수 섭외했고 이들은 논문의 공동저자들과 몇 개월 동안 소통하며 정보를 종합해 각자 보고서를 제출했다.
결국 피지컬리뷰레터스 편집국은 이들에게 받은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수치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논문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논문 철회가 발표되자 디아스 교수는 “논문에 표기된 수치의 오류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 때문에 일어난 의도치 않은 일”이라며 “로체스터대에 있는 내 연구실에 2019년부터 쌓아온 정확한 정보가 있으며 교차 검증을 방해하려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증에 참여한 익명의 외부 전문가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디아스 교수의 주장은 굉장히 실망적”이라며 “우리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공동저자들과 교차 검증을 하는 동안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문제나 그가 따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관한 정보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논문에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제임스 햄린 플로리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피지컬리뷰레터스가 내 주장을 진지하게 들어줘 기쁘다”며 “디아스 교수의 이전 연구에도 추가로 두 차례 정보 조작 정황을 발견했는데 학계가 검증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햄린 교수는 자신이 2007년 발표한 논문을 디아스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에 표절한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표절하고 수치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디아스 교수의 표절 의혹에 로체스터대도 디아스 교수의 연구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체스터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철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디아스 교수의 모든 논문과 연구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로체스터대는 디아스 교수의 연구와 관련해 표절 및 수치 조작 의혹이 전해지자 두 차례 예비 조사를 진행했다가 추가 조사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다만 로체스터대 대변인은 “이번에는 예비 조사 단계를 넘어 연구 부정행위에 따른 대학 정책 위반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이번 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추정 물질 LK-99도 전 세계 연구진으로부터 추가 검증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가 이달 초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발표한 데 이어 17일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도 자체적으로 LK-99를 재현한 결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이어 디아스 교수 논문 재철회 사태가 발생하자 학계 안팎에선 상온 초전도체 상용화 연구에 관한 신뢰도가 전반으로 하락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