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가 수혜를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상무부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중국 투자 제한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미국의 지원금을 노리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많은 보조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상무부 요구를 적극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현재까지 460곳 넘는 기업이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및 세제혜택과 관련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4월까지만 해도 지원금 신청을 검토하던 기업은 200곳을 웃도는 수준에 그쳤는데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자연히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려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마이크론 등 전 세계 반도체기업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현지에 반도체 및 소재 생산공장 또는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9조 원)의 보조금과 추가 세제햬택 등을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 시행 절차를 밟고 있다.
상무부는 6월부터 여러 기업에서 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14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다양한 조건을 두고 대상 기업과 지원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반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받게 될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상무부는 정부 지원 규모가 반도체기업에서 투자하는 금액의 5~15%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방침을 두고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도 이러한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소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에 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TSMC가 애플과 엔비디아 등 미국 핵심 반도체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인텔과 마이크론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삼성전자가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상당한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면서 우월한 위치에 놓이게 된 만큼 중국 투자 제한과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상무부는 정부 지원을 받는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투자 및 거래를 축소하도록 강제하거나 미국 내 공장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 회사 기밀정보 등을 미국에 공유하도록 하는 요건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중국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기업이 이러한 조건을 두고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지만 보조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로이터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금이 중국에 이득이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초과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효력이 발생한 지 1주년을 맞았다.
보조금 지원 대상과 규모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무부는 이러한 과정을 서두르기보다 예산이 법안의 취지에 맞게 정확하게 쓰이도록 하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어떤 반도체기업이 법안 시행에 수혜를 보게 될 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무부는 지원금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대신 해당 기업이 정해진 조건과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뜻을 계속해 따르지 않는다면 보조금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현재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한국 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된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춘 것은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TSMC보다 첨단 반도체를 먼저 생산하기 시작한다면 정부 보조금을 선점할 가능성도 자연히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TSMC가 미국 정부 지원에 기대감을 낮추며 공장 가동 시기를 미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삼성전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상무부 관계자는 CNBC를 통해 “모든 반도체 지원금 신청기업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 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일부 기업은 실망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