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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 구속 위기, 넥센히어로즈 구단주 지위 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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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석 넥센히어로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뉴시스> |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부족한 재정능력으로 경쟁력이 있는 야구단을 만드는 ‘머니볼’ 개념을 국내 프로야구에 도입하며 ‘빌리장석’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넥센히어로즈 경영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 이장석, 구속 위기
1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따르면 이 대표의 구속 여부가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11일 이장석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08년 재미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으로부터 넥슨히어로즈를 운영하는 서울히어로즈 지분 40%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20억 원을 투자받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서울히어로즈’를 창단하며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메인스폰서였던 우리담배가 계약을 파기하면서 자금난에 몰렸다.
이 대표는 KBO 가입금 12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홍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홍 회장으로부터 2008년 7월과 8월 10억 원씩 모두 20억 원을 받았다.
그 뒤 이 대표와 홍 회장은 이 20억 원의 성격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이 대표는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고 홍 회장은 히어로즈의 지분 40%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투자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번 검찰조사에서 그동안의 주장을 접고 “투자금이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에 이 대표가 야구단 직영매점의 보증금과 광고비 등 공금 50억여 원을 빼돌린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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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 구속 위기, 넥센히어로즈 구단주 지위 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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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타이어는 2015년11월5일 이장석 대표(오른쪽)와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메인스폰서십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
◆ 이장석, ‘머니볼’ 신화 몰락하나
이장석 대표는 다른 프로야구 구단주와 달리 직접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선발과 드래프트, 트레이드, 마케팅 등 모든 업무의 의사결정권자다.
이 대표는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해체 후 창단 형식으로 인수했다. 넥센히어로즈는 창단 초기 주축선수들이 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구단에 팔려가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대표가 선수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강팀으로 태어났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 겨울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는데도 올해도 정규시즌 3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매년 관중 수가 증가하면서 구단 수입도 대폭 늘어났다. 히어로즈 구단의 매출은 2009년 159억 원에서 지난해 410억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한국프로야구계에 ‘대기업의 지원 없이도 자립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줬다. 히어로즈와 넥센타이어와 장기적 협력관계는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히어로즈 구단의 성공을 통해 ‘빌리장석’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빌리장석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의 단장인 ‘빌리 빈’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빌리 빈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오클랜드 구단의 단장을 맡아 저평가된 선수들을 모으는 ‘머니볼’을 선보이며 오클랜드를 ‘저비용고효율’인 구단으로 만든 인물이다.
◆ 넥센히어로즈의 향방은
이장석 대표는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 69.27%를 보유하고 있다. 남궁종환 부사장이 4.88%, 조태룡 전 단장이 1.46%, 투자가 박지환씨가 24.39%를 소유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분의 40%를 홍 회장에게 넘겨주면 홍 회장은 히어로즈 구단의 최대주주가 된다. 20억 원을 투자해 한구프로야구단의 구단주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한국프로야구(KBO)의 이사회 심의와 구단주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른 구단주들이 홍 회장을 새 구단주로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홍 회장은 KBO에 새 구단주로서 가입금을 내야 한다.
홍 회장이 이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법적 분쟁을 벌이더라도 국내 재벌들이 모여 있는 프로야구판에서 이들과 싸워 자리를 잡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극히 낮다.
반면 이 대표도 법적 판결에 따라 지분싸움과 무관하게 구단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
KBO 정관에 따르면 ‘임원 간의 분쟁, 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를 한 자’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대표에서 해임이 될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KBO 구단의 대표를 맡을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와 홍 회장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홍 회장이 언론을 통해 히어로즈 경영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말이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