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가시화 될 재건 수혜 기대 업종들이 '순환 테마'를 형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섣부른 매수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재건의 실질적인 계약 내용 등 펀더멘털 모멘텀이 확인되기 전까진 단발성 테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 현대건설 등 건설주 종목이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새롭게 떠올랐다. 하지만 섣부른 추격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현대건설. |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9.82%), GS건설(5.15%), 현대건설(4.00%)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이전까지 재건 수혜주는 건설장비, 통신망, 물류 업체 등 건설이 아닌 주변기업들이 거론됐으나 본격적으로 건설주들이 재건 수혜 종목에 오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다양한 지원을 약속한 점이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침체에 최근 GS건설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태가 겹친 건설 업종에 모처럼 새 테마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은 14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및 기업간담회에서 한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3개국 건설사들의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한 점이 수혜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GS건설은 폴란드 목조주택 모듈러 회사인 댄우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가 발생하면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은 14일 키이우 보리스필 국제항공사와 공항확장공사 협약을 체결해 활주로 현대화 및 신규 화물 터미널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수혜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뢰제거 장비 지원을 약속했는데 현장에 필요한 사족보행형 지뢰제거로봇의 대량 생산체계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7.66% 상승했지만 이날은 4.98% 빠졌다.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해 본격 논의를 시작하고 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국내 우크라이나 수혜주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재건 테마는 말 그대로 테마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산네트웍스, 국보, 삼부토건 등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주로 거론되던 종목들은 해당 기업 대표가 재건 국제 협의에 참여하거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실제 계약이나 수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므로 이들 주가는 그 뒤 즉각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테마주인 만큼 잠깐의 모멘텀 동안 반짝이고 진 것이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 건설사 가운데 그나마 실체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현대건설의 프로젝트 정도이며 나머지 두 건설사에 대한 기대감의 근거는 ‘행사 참가’, ‘인접국가인 폴란드에 자회사 보유’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이 세 종목의 상승세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 모멘텀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날 대우건설(-8.63%), 현대건설(-3.85%), GS건설(-2.82%) 주가는 전날과 달리 모두 하락 마감했다.
탄탄한 펀더멘털(기초 역량)을 기반으로 올해 증시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도 마찬가지로 이번 테마는 단발성에 그치는 모양새다. 지뢰제거로봇 생산능력은 갖추었으나 실제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 지뢰제거로봇에 대한 기대감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재건 수혜주로 떠올랐으나 하루 만에 하락전환했다. |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 자체가 큰 변동성을 가져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강 상태에서 벗어나 격해지는 양상이다.
전쟁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한 흑해곡물협정을 러시아가 사실상 전날 종료시켰다. 또 크림반도에 위치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케르치 다리에서 전날 폭발이 일어나 2명이 사망했다.
섣부르게 재건 테마주를 추격매수한 투자자들은 이처럼 모멘텀 소멸과 전쟁상황 악화로 오히려 추가적인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본질적인 펀더멘탈 상향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면 주가는 제자리 걸음일 수 밖에 없다”며 “전쟁의 양상과 MOU가 아닌 구체적인 프로젝트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현 시점에서 건설주 매수를 추천하기엔 주가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도 “대부분 언급되는 프로젝트가 계획 혹은 MOU 수준의 극 초반 단계에 그쳐 실제 건설 업종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