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7-17 17: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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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가 10일 인도에 출시한 현지 전략 모델 엑스터. <현대차 인도법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인도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일찌감치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와 현지 진출 4년 만에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기아는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인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3위에 올라섰는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에서 글로벌 톱3 입지를 굳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지 연간 역대 최다 판매실적을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1~6월) 인도에서 현대차는 29만5977대, 기아는 13만6108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합산 43만2085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80만7067대로 인도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운 점을 고려하면 한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연간 판매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기세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인도에 잇달아 주력 신차 모델을 내놓고 있어 최다 판매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현대차는 인도시장에 맞춘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10일 인도 전략 모델인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엑스터를 현지에 출시했다.
엑스터는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와 베뉴의 중간 크기 차제를 갖춘 현지 엔트리(진입) SUV 모델이다. 1.2리터 카파 가솔린 엔진과 1.2리터 바이퓨얼 카파 CNG(압축천연가스) 가솔린 엔진을 품은 2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앞서 3월에는 국내에서 단종하고 인도와 일부 신흥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형 세단 베르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인도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신형 베르나는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크게 키우고 인도에서 판매하는 모델 가운데 최초로 현대차의 최근 패밀리룩인 수평형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1월에도 인도 전략 차종인 경형 해치백 그랜드i10 니오스와 소형 세단 아우라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기아는 국내에 먼저 출시한 셀토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인도시장 사전계약을 현지시각 14일 시작했다. 신형 셀토스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3424대의 사전계약이 몰리며 현지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셀토스는 기아의 첫 인도 현지 생산 모델이자 지금까지 인도에서 가장 많은 판매실적(53만여 대)을 올린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출시한 신차 엑스터를 비롯해 상반기 현대차의 인도 판매 1위 크레타와 3위 아우라, 4위 그랜드i10 니오스 등은 모두 인도시장을 노린 현지 전략 모델이다. 또 2위 베뉴는 지난해 7월 인도 판매 모델만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빼닮은 모습으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기아 역시 현지 전략 모델인 쏘넷과 국내에선 단종되고 지난해 7인승 MPV(다목적 차량)로 부활한 카렌스가 인도 판매실적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전략차종을 앞세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인도시장에서 단단히 자리잡았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합산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여유있는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는 현지 자동차 생산 확대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70%의 수입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 자동차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2만 달러 이하 소형 차종이 주로 판매되고 있어 인도에서 차를 팔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거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기아는 2017년 인도법인(KIN)을 세워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을 착공한 뒤 2019년 7월 셀토스를 생산하며 현지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아의 인도 현지 판매량은 2020년 14만505대에서 지난해 25만4556대로 2년 사이 81.1% 급증하며 지난해 현대차그룹 인도 연간 최다 판매실적 달성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HMI)을 설립하고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 2008년엔 제2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5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천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일본 토요타그룹(1048만3천 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848만1천 대)에 이어 사상 첫 세계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다만 앞선 2위 폭스바겐그룹과는 200만 대 가까운 격차를 보인 반면 4위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615만7천 대), 5위 제너럴모터스(GM, 593만9천 대) 등과는 수십만 대 격차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 현대차 베르나 완전변경 모델. <현대차 인도법인>
최근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 대규모 설비 및 전기차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3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발판을 인도 시장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5월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앞으로 10년 동안 2천억 루피(약 3조2500억 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연산 17만8천 개 규모의 첨단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짓고 앞으로 5년 동안 고속도로 등 주요 거점에 100곳의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현재 75만 대에서 85만 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3월 현대차 인도법인은 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텀시트(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했다.
GM 탈레가온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자동차 13만 대, 엔진 16만 개 수준에 이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를 놓고 "엔진 공장이 있다는 것은 GM 공장 인수 뒤 설비 재정비를 거치면 완성차 생산능력을 30만 대 이상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짚었다.
기아는 지난해 아난타푸르 공장 근무체계를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고 생산능력을 기존 30만 대에서 40만 대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 인도 공장 생산은 37만3천 대로 파악된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 현재 합산 약 110만 대인 생산능력을 2~3년 뒤 155만 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 상반기 기준 40% 점유율로 인도시장을 꽉 잡고 있는 마루티스즈키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차를 판매하는 시장이자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시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는 476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일본(420만 대)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인도의 가구당 자동차 보유율은 2021년 기준 8.5%에 그친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2500달러부터 1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자동차 구매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올해 인도의 1인당 GDP 전망치가 2700달러로 해당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잇달아 신차를 내놓고 인도 판매 확대에 가속 페달을 밟는 현대차그룹이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입지를 다질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현대차 엑스터가 고객의 기대를 넘어 인도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를 이끄는 현대차의 입지를 재확인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