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은행들이 자금 6조 원을 지원하며 새마을금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 소방수'로 나서자 금융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진 결정을 놓고 정부의 관리감독 공백 속에 '정치금융'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새마을금고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운데 정부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정치금융'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새마을금고 유동성 지원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정책수단에 금융사를 활용하는 ‘정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대 은행(KB·신한·하나·농협·우리)와 국책은행 2곳(산업·기업)은 최근 6조2천억 원의 자금을 지난 주말과 10일 새마을금고에 공급했다.
자금지원은 은행들이 새마을금고가 가진 국채나 통화안정증권 등 우량 채권을 담보로 새마을금고 환매조건부 채권을 매입하면 새마을금고가 나중에 이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지원은 금융위원장이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고 금융당국이 7일 은행권에 새마을금고 유동성 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 자금마련을 요청한 뒤 벌어졌다.
정부가 은행 손을 빌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셈이다.
다만 새마을금고 사태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이 아닌 어디까지나 새마을금고 자체 문제와 함께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부실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야당은 새마을금고법 감독권한을 금융위원회로 넘기는 개정안을 13일에 내놓는다. 여당 중진 의원도 이 같은 현실을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새마을금고의 방만한 경영을 손봐야 한다”며 “지금보다 엄격한 감독체계를 위해 소관기관을 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새마을금고발 금융시장 불안이 커져 긴급 유동성이 필요했던 시점인 것은 맞다. 새마을금고가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대량으로 내놔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투자자 가운데 새마을금고가 속한 ‘종금/상호’ 분야는 7월 들어 11일까지 4조2228억 원을 순매도했다.
종금/상호가 올해 4월(약 1조 원 순매수)을 제외하면 달마다 3조 원 이상 순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마을금고가 공격적으로 자금확보에 나섰던 셈이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 매도 물량이 집중됐던 은행채(AAA, 1년물 기준) 금리는 6월 26일 3.807%에서 7월10일 3.875%로 폭등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사태 해결 방식은 비슷한 예금인출 사태를 네 달 전에 겪은 미국의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3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자 예금보험공사와 연방준비제도의 특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중은행이 아닌 정부기관을 통해 신용경색이 일어난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했다.
금융시장 안정이란 목적은 같았지만 수단에서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 정치권 압박으로 은행을 정책에 활용한다는 이른바 ‘정치금융’ 논란이 낯선 것은 아니어서 얼마전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를 두고도 이 같은 비판이 나왔다.
당시 은행은 높은 금리에 ‘역마진’ 우려를 드러내며 난색을 드러냈고 정부는 그럼에도 끝까지 정책을 밀어붙이며 양측의 막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이를 두고 “결국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은행은 많이 팔면 팔수록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역대급 ‘관치금융×포퓰리즘’ 상품이 탄생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은행의 '정치적 동원'에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캠프 각각에 “정책사업에 은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잦다”며 “금융이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금융 논란은 고스란히 은행들의 부담으로 옮겨간다.
▲ 결국 정치에 은행들이 활용되면 부담은 은행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ATM기 모습. |
국내 은행주 주가가 만년 저평가돼 있다는 말 아래에는 주주보다는 정부의 입맛에 따라 금융지주가 움직인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 등 국내 은행주는 중간배당을 결정했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 주주 비율이 떨어지며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올해 첫 거래일 대비 KRX은행지수는 0.96% 내렸다.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에 15.13% 올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