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7-07 17: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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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수입 전기차의 판매 기세가 무섭다.
반면 국산 전기차 판매는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고 있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 전기차 판매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점유율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안방' 시장 점유율 방어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7일 완성차업체 판매실적자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는 4만8754대의 전기차(상용차 제외)가 팔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13.8% 늘었다.
그 가운데 수입 전기차의 판매 약진이 돋보인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국산 전기차는 3만8673대가 팔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해 5.7%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수입 전기차는 1만81대가 판매돼 60.2% 급증했다.
2022년 연간 판매에서도 수입전기차는 전년보다 판매실적이 266%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도 판매 확대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판매가 이토록 다른 추세를 보이는 데는 최근 국산 전기차의 가격 상승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수입 전기차와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든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수입 내연기관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그 중에서도 고가의 상위 차급 차량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 톱3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렉서스가 자리잡고 있고, 모델별로는 준대형 세단인 BMW 5시리즈(1만2200대)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9408대), 대형 세단 S클래스(6304대)가 나란히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올릴 정도다.
하지만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와 다른 움직임이 관측된다.
올해 1~5월 수입 전기차 누적판매량 상위 5개 모델을 살펴보면 2위 준대형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EQE(931대)를 제외하곤 중형 세단 BMW i4(1092대), 준중형 SUV 벤츠 EQA(729대), 벤츠 EQB(633대), 중형 SUV BMW iX3(602대) 순으로 1~5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중형급 이하 차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산 전기차 가격이 높아지면서 판매 최상위권의 수입전기차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게 됐다.
대표 국산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지난해 연식변경을 통해 각각 판매가격이 트림별로 최대 400만 원가량 올랐다. 아이오닉5 가격은 5005만~6135만 원, EV6는 4870만~6245만 원이다. 지난해 9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의 가격은 5200만~6382만 원으로 아이오닉5보다 200만 원가량 더 비싸다.
가장 최근 출시된 기아 EV9은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프리미엄차 수준인 7337만~8826만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 3위에 오른 벤츠 EQA의 판매가격은 6750만~7450만 원으로 시작 가격이 아이오닉6 상위트림과 차이가 368만 원에 그친다. 지난해 연간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던 중형 세단 폴스타2의 가격은 5490~5990만 원으로 아이오닉5 및 EV6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톱5에 오른 모델들의 판매가격은 EQE를 제외하곤 모두 6천만 원 중반~8천만 원 초반에서 시작해 일정 수준의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정부는 8500만 원 미만의 전기차에 최대 68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BMW i4는 301~326만 원, 벤츠 EQA는 268~273만 원, 벤츠 EQB는 275만 원, 중형 SUV BMW iX3 29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수입 전기차 모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 성장세를 지속하며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점유율을 지난해 14.7%에서 올해 20.7%로 크게 키웠다.
현재 국내 시판 전기차는 현대차와 기아에서만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 기아 EV9. <기아>
KG모빌리티 코란도 이모션은 유럽 시장에 집중하면서 국내에서는 1대도 팔리지 않았고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볼트EV와 볼트EUV(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는 미국 본사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수입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동기보다 소폭(5.7%) 늘리긴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이후 대표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출시한 점을 고려하면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아이오닉6을 국내에 출시한데 이어 올해 5월 코나 일렉트릭 판매를 시작했고 기아는 지난달 EV9을 국내에 내놨다.
올 상반기 아이오닉6은 6779대, 코나 일렉트릭은 728대, EV9은 1334대가 팔렸다. 그럼에도 새 모델의 신차효과가 기존 모델의 판매 축소로 대부분 상쇄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