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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지난 3월28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 EQ900을 비롯해 아이오닉, 니로 등 친환경차들을 시승한 뒤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럽에서 친환경차로 승부를 건다.
유럽은 올해 전 세계 친환경차시장을 주도할 곳으로 점쳐진다. 정 회장도 일찌감치 친환경차를 선보이며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가 성과를 거두면 그동안 소형차 위주로 판매해 왔던 유럽에서 현대기아차의 위상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차 공략으로 현대기아차 이미지 높이기
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하반기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전기차를 유럽에 출시한다. 친환경차 접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아차도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유럽에 내놓는다.
기아차는 이른 시일 안에 독일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니로 하이브리드도 투입한다. 니로는 3월에 국내에 출시돼 상반기에만 8천 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럽도 SUV 바람이 거센 만큼 니로가 무사히 안착할 것으로 기아차는 기대한다.
현대차도 아이오닉 전기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최근 유럽 현지 연비 측정방식 기준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 280km를 공인받았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191km보다 주행거리가 89km나 늘어났다. 주행거리 280km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럽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으로 현대차는 바라본다.
정몽구 회장은 직접 유럽 친환경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친환경차를 통해 유럽에서 현대기아차 이미지를 끌어올리자”고 당부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유럽에서 중소형차를 주로 판매하면서 저렴한 대중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유럽은 고급차의 본고장인 만큼 다른 나라의 자동차회사가 고급 이미지를 얻기란 쉽지 않다.
정 회장은 유럽에서 현대기아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난공불락의 고급차시장 대신 친환경차시장을 앞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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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문식(오른쪽) 현대차 부회장과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1월14일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신차발표회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 유럽, 친환경차 격전지로 떠올라
정 회장이 유럽에서 친환경차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 친환경차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이 그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는 195만 대로 2014년보다 0.1% 감소했다. 그러나 유럽 친환경차 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 13.2%, 일본에서 13.4% 판매가 줄었지만 유럽에서 39.7%, 중국에서 112.4%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 성장 속도는 빨라도 아직 판매 규모에서는 유럽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실상 유럽이 지난해 친환경차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거진 폴크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량 조작사태로 디젤차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데다 유럽연합(EU)도 잇달아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정부가 전기차 구매지원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작하는 등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도 점차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늦기 전에 친환경차를 선보여 유럽 친환경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각각 올해 최초로 선보인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과 니로도 국내 판매보다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유럽에 잇달아 친환경차를 내놓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일찌감치 친환경차를 선보여 유럽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4%나 증가했다.
BMW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i’를 선보였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친환경차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