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의 생산능력을 늘려 실적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의 가동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FC-BGA 기판 생산능력을 확장시켜 인공지능과 미래차 시대에 성장기반을 닦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4분기부터 베트남 FC-BGA 기판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서버와 전장, 네트워크 등 시장 수요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베트남 FC-BGA 기판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대에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버와 전장 산업에서 대형 FC-BGA 제품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매출규모가 2021년의 2배 수준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2021년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억 원을 투입해 현지 FC-BGA 기판 생산시설 건설에 착수했는데 올해 그동안의 자본투입의 결실을 거둬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기 위한 패키지 기판이다. 기존 반도체 패키징 방식과 비교해 안정적이고 더 조밀하게 전기적 연결(고집적화)을 할 수 있어 성능과 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FC-BGA는 PC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 분야에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후지 키메라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약 9조8천억 원)에서 2030년 164억 달러(약 20조2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관련시장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장덕현 사장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나 서버에 들어가는 FC-BGA에도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등장으로 서버용 기판을 비롯한 FC-BGA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고객사로부터 서버용 기판공급 추가 요청을 받아 예상했던 물량을 웃도는 기판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고객수요와 시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 첫 서버용 FC-BGA 기판을 AMD에 납품한 바 있는데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라 생산 능력과 납품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MD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분야에서 인텔을 따라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어 삼성전기와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서버용 시장에 집중해 반도체 기판의 수익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장 사장은 “서버용 FC-BGA는 다른 분야에 적용되는 기판보다 2~3배 적층 수가 많고 면적도 넓어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며 “앞으로 서버용 시장에서 고부가 제품을 판매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삼성전기의 전장용 FC-BGA 모습. <삼성전기> |
장 사장은 이밖에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자율주행용 반도체 기판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사용될 수 있는 FC-BGA 기판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부분 자율주행용 기판보다 회로 선폭과 간격을 각각 20% 줄여 여권 사진 크기에 입출력 단자(Bump)를 1만 개 이상 구현해낸 특징을 지녔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작은 크기에도 고성능을 낼 수 있는 기판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기가 개발한 자율주행용 FC-BGA는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정보와 오락기능을 전달하는 디스플레이 솔루션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그동안 삼성전기의 전체적 사업구조를 기존 IT 분야에서 미래차 전장 등 자동차 부품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수요 둔화로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의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섞인 추정이 있었지만 전장용 부품 시장의 성장이 삼성전기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