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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상국·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
대우건설이 16년 만에 외부인사인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새 사장으로 맞는다.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의 인재사관학교로 불린다. 과거 수많은 건설사들이 대우건설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힘을 쏟았고 지금도 대우건설맨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대우건설 출신들이 새 사장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외부출신으로 넘어갔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을 비롯해 이근포 전 한화건설 사장, 김선구 전 이테크건설 사장, 김동현 대명건설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대형건설사 수장을 역임한 인물들도 많다. 박창규 전 롯데건설 사장과 김현중 전 한화건설 부회장, 김기동 전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대우건설을 나와 대형건설사를 이끌었다.
박세흠 전 주택공사 사장과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은 국내 대표 공기업 사장까지 지냈다.
건설업계에서 선호하는 대우건설 출신 인사들은 신입시절 해외현장을 누비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뿐 아니라 부장·임원급으로 성장하면서 대우건설의 위기를 극복한 뛰어난 관리능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돼 국내는 물론이고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굵직한 공사들을 여럿 수행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사로 성장했다. 당시 명문대 출신 인재들이 대우건설에 몰려든 이유다.
대우건설은 일찍이 1982년 세계 건설회사 순위 1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 대우건설 출신의 업계 리더들은 대부분 이 시기를 전후해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의 성장을 몸소 체험하면서 성장 DNA와 글로벌 감각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재도약에 성공해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건설명가로서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당시 대우건설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을 비껴 힘겨운 시기를 이겨낸 이들의 경험은 경영인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 됐다. 대우건설의 정상화 과정은 오히려 대우건설맨들이 더욱 우대받는 계기가 됐다.
대우건설은 건설업 인재사관학교로 여겨졌던 만큼 경영권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거쳐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면서도 대우건설 사장은 외부출신이 넘겨보기 힘든 자리로 여겨졌다. 내부 인재만으로도 경쟁이 치열했고 부족함이 없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0년 대우건설이 대우그룹에서 분리될 때 남상국 당시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대우건설 사장 자리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박세흠 사장, 박창규 사장, 서종욱 사장, 박영식 사장으로 내부출신이 사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박창민 사장이 결정되면서 이런 순혈주의 전통은 깨지게 됐다.
그동안 대우건설의 순혈주의를 놓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 대우건설 사장들이 임기 중이나 임기 후 논란을 일으키면서 외부인사 선임을 통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우건설의 첫 수장이었던 남상국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과 연임청탁 혐의에 휘말리면서 2004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 전 사장의 뒤를 이은 박세흠 전 사장도 무혐의로 결론나기는 했으나 청와대의 청탁으로 공사 입찰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서종욱 전 사장은 로비 의혹과 4대강 입찰 담합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박영식 현 사장은 임기 중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일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