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6-21 14: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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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된 롯데케미칼을 둘러싸고 실적 개선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속해서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롯데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으로 신용등급 등 그룹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정체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미·중 관계 개선이 롯데케미칼의 핵심 시장인 중국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희망 어린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신용등급 하락을 맞이한 롯데케미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 업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하락한 롯데케미칼이 빠른 시간에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에 이어 21일 한국기업평가까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은 지난해 10~11월에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락한 적이 있었다. 등급 전망이 불과 7~8개월 만에 다시 하향된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등급 전망 하락은 롯데 그룹 다른 계열사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롯데렌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롯데캐피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이는 그동안 롯데케미칼이 다른 계열사에 지원을 해주는 핵심 자회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과 11월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재무 안정성 저하 요인 중 하나로 롯데건설에 모두 9천억 원가량을 롯데정밀화학과 공동으로 대여해준 점을 꼽은 적이 있었다.
비록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에서 대여한 자금을 조기상환하면서 재무 관련 리스크는 줄었지만, 다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적 리스크와 재무 리스크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21일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롯데케미칼은 경기 성장 둔화, 신증설 부담 등으로 석유화학 업황 반등이 쉽지 않아 2분기 이후에도 수익성 회복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유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지속되면서 순차입금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간에 재무안정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하면서 모두 2조7천억 원의 인수 자금 가운데 1조3천억 원을 외부에서 차입했다. 이를 중심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3천억 원에서 2023년 말 3조9천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된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라인프로젝트)에도 모두 39억 달러(약 5조 원)를 지출해야 한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3~2024년 자본적 지출(CAPEX)이 모두 6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부담을 쉽게 덜 수 없다는 해석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발행 등에서 이전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여 이자 등 금융비용이 높아지며 재무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
현금 창출원인 주력사업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포럼에서는 롯데케미칼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일 열린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서울 포럼에서도 향후 아시아 석유화학 업황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글로벌 서울 포럼 참관 보고서를 통해 “수요를 웃도는 공급량 증가로 적어도 2024년까지 석유화학 업황 바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의 수익성 정체구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 때문이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4년 아시아 지역 에틸렌(석유화학제품 기초소재) 증설량은 모두 4억5천만 톤인 것과 비교해 이 기간 예상되는 수요 증가량은 현재 2600만 톤에 불과하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핵심 시장인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미-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중국 외교부 성명과 해외언론을 종합하면 블링컨 장관과 시진핑 주석은 모두 양측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20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화학업체들이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개선돼 중국이 미국 및 미국 동맹국으로의 수출이 회복되면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화학업체들의 수요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19~20일 이틀 동안 5.9% 상승했는데 이를 두고 전 연구원은 미·중 관계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21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3.3%(6100원) 하락한 17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엇갈린 기대가 증시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석유화학 수요 회복이 더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일정하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지금까지의 일반적 석유화학 사이클이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 크다”며 “국제정세 자체가 예상하기 힘들어 향후 업황도 어떻게 변할지 쉽게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