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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에너지사업 종착점은 '수소', 박정원 시장선점 위해 가치사슬 집중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6-15 15: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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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에너지 기자재 명가로 재도약을 꾀하는 여정에서 수소사업을 종착점으로 설정해 그룹 내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두산그룹은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 다소 뒤처지며 가시밭길을 걸은 경험이 있는데 박 회장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궁극의 연료로 평가되는 수소에서는 발빠른 행보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두산그룹 에너지사업 종착점은 '수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76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원</a> 시장선점 위해 가치사슬 집중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수소사업을 통해 에너지 기자재 명가로의 재도약을 노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업들이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 활동을 지속하며 수소 생태계 구현을 위한 실현 방안들도 점차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열린 수소기업 최고경영자(CEO) 협의체 ‘코리아H2비즈니스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에서 18개 회원사들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량의 25% 이상을 수소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안에 수소펀드 출자를 매듭짓기 위해 추가 출자 회원사와 재무적투자자(FI) 모집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코리아H2비즈니스서밋 회원사는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HD현대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E1, 고려아연, 이수그룹, 일진그룹, 삼성물산 건설부문, 세아그룹, LG화학 등 18곳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그룹·기업들이 수소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한 데 모인 이유는 수소경제가 본격 가동되려면 광범위한 생태계가 먼저 구성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의 생산~저장~운반~활용에 걸친 광범위한 생태계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수소경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렵다. 수소경제가 구현되려면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업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수소경제가 본 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장기적으로 화석연료의 상당 부분을 수소가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큰 만큼 수소사업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러 기업들이 당장에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음에도 수소사업에 미리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두산그룹도 수소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은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내재화 역량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각 계열사를 통해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에 걸쳐 핵심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 힘 쓰고 있다.

에너지 기자재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발전과 수전해 장치를 결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통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으로 가장 청정한 수소 생산 방식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전해 장치를 결합해 청정수소를 만드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청정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전해 장치에는 두산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계열사 두산퓨얼셀의 기술이 적용된다. 

수소연료전지의 작동 원리를 단순화해 살펴보면 수소를 주입해 전기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수전해 장치는 반대로 물에 전기에너지를 더해 수소를 만드는 만큼 적용 기술의 원리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에도 적용하고 있는 양성자 교환막(PEM) 방식을 수전해 장치에 적용해 올해 하반기 중 사업화할 준비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액화플랜트 사업을 통해 수소의 유통 쪽에도 관여하고 있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수소는 질량 대비 에너지밀도는 높은 반면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체 상태에서는 저장·운송에서 비효율적이다.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면 기체 상태일 때와 비교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저장과 운송에 유리해 진다. 이 때문에 수소액화플랜트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시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수소 활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전력생산 방식으로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터빈 방식 등이 있다.

두산퓨얼셀은 주력인 발전용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비롯해 현재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두산퓨얼셀의 SOFC는 전력효율이 높고 기존 제품보다 약 200℃ 낮은 620℃에서 작동해 상대적으로 기대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50MW 규모의 SOFC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 체제를 갖춘다.
 
두산그룹 에너지사업 종착점은 '수소',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76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원</a> 시장선점 위해 가치사슬 집중
▲ 두산이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경제 전반에 걸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 중인 수소터빈 모형. <두산>
수소터빈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애초 발전용 가스터빈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가스터빈은 천연가스에 수소를 일부 섞는 방식, 혹은 기존 천연가스 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는데 수소 혼소·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2027년 380MW급 수소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핵심 기기인 연소기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 선박, 드론, 오토바이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소 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도 마련해 놓았다. 

두산그룹이 아직은 경제성 확보까지 갈 길이 먼 것으로 여겨지는 수소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배경에는 에너지기자재 명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박정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맡기 전인 2014년 지주사 두산의 회장 자격으로 두산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에는 그룹 차원의 수소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 역량을 한 데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일도 추진했다.

박 회장이 수소 사업을 서두르며 선점을 꾀하는 데는 과거 두산그룹이 친환경에너지 전환 흐름을 놓쳐 뒤처졌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탈탄소 바람이 불던 시절 두산그룹은 석탄화력발전 중심의 사업구조를 계속 유지하며 체질 전환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재무위기까지 겹치며 채권단 관리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어려운 시절을 겪던 2016년에 그룹 회장직을 맡은 뒤 그룹 체질을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올렸다. 박 회장의 시선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수소시대를 준비하는 데까지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소사업 선점을 위해 그룹 내 구축한 수소 가치사슬은 수소시대의 도래와 함께 두산그룹의 사업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소 분야에서 생산~유통~활용 전반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우리만큼 모두 갖춘 곳은 찾기 어렵다”며 “미래 성장동력이 될 기술과 제품을 향한 자신감을 품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의지로 제품과 기술을 다져나가자”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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