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언론이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의 기술 혁신에 TSMC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견제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TSMC의 파운드리 경쟁사가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에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되자 대만언론에서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31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이 엔비디아와 AMD의 슈퍼컴퓨터용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구현에 핵심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TSMC는 현재 4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으로 엔비디아와 AMD가 전 세계 고객사에 공급하는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와 AMD 모두 차세대 반도체에 TSMC의 3나노 및 2나노 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3나노 반도체는 TSMC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최신 미세공정 기술이다. 올해 생산 물량 대부분은 애플의 아이폰15프로 및 신형 맥북 프로세서 생산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나노 공정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두고 있는 차세대 공정이다.
엔비디아는 챗GPT의 등장이 촉발한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전 세계 대다수의 IT기업이 인공지능 서버 및 슈퍼컴퓨터 구축에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한다.
AMD 역시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엔비디아에 이어 큰 수혜를 입게 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타임스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TSMC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TSMC의 미세공정 파운드리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앞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자국 기업인 TSMC가 지금과 같은 시장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이런 보도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이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측면을 고려해 TSMC 이외에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 파운드리 업체로 생산 다변화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TSMC와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역시 자격이 충분한 공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가 가능한 많은 수급처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삼성전자 이외에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데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가 삼성전자나 인텔의 파운드리를 차기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한다면 TSMC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는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TSMC 대신 다른 파운드리업체를 고려하는 반도체 설계기업이 늘어나거나 TSMC의 가격 협상력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해당 보도에서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하며 TSMC 미세공정 기술력의 우수성을 강조하겠다는 기사의 의도를 더욱 분명히 했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간혹 일부 제품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위탁생산한 적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느린 기술 발전은 TSMC로 되돌아오는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TSMC보다 뒤떨어진다는 주장을 적극 앞세운 것이다.
엔비디아와 AMD가 아직 양산 시점도 확정되지 않은 TSMC 2나노 공정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디지타임스의 보도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TSMC와 비슷한 시기에 2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예고한 만큼 TSMC가 고객사를 빼앗길 가능성을 우려해 대만언론에서 선제적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디지타임스는 TSMC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로 알려졌다. TSMC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는 사례가 많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