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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
나델라 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방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나델라는 MS 역사상 최대 감원을 실시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폰과 결별을 선언했다. X박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도 폐쇄하는 등 전임 CEO 스티브 발머의 유산도 하나둘씩 지우고 있다.
MS는 17일 내년까지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1만8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단행한 5800명의 3배가 넘는 수치로 MS 역사상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대규모 감원은 나델라 CEO가 처한 버거운 현실을 잘 드러낸다”며 “나델라 CEO는 그가 원하는 대로 MS를 재정비하기에 앞서 전임자인 빌 게이츠와 발머가 벌려 놓은 일들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나델라의 MS를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얘기다.
이날 감원 계획이 담긴 나델라의 이메일이 외부에 공개됐다. 나델라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감원은 직원들이 업무를 단순화하고,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해 MS가 인수한 노키아와 시너지를 늘리고 전략적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감원배경을 밝혔다.
노키아 인수 후 감원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MS로 흡수된 노키아 직원은 총 3만2천 명에 이른다. 이번 감원 대상의 70%에 가까운 1만2500명이 노키아의 기기 및 서비스부문 인력이다.
MS는 이날 안드로이드폰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나델라는 지난해 인수한 노키아를 통해 저가 윈도폰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정면으로 붙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스티븐 엘롭 MS 모바일기기 담당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안드로이드폰은 단계적으로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루미아 윈도폰에 집중하고 저가형 루미아 모델을 추가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MS가 현재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많이 판매된 피처폰사업을 중단하고 저가 윈도폰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체 운영체제(OS)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가 스마트폰으로 신흥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 점유율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약 80%, 애플의 iOS가 약 15%인데 비해 MS의 윈도는 약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은 아직 피처폰의 비중이 높다. 현재 인도 휴대전화 사용자의 90% 이상이 피처폰을 쓴다.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시장에서 신흥국이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체 OS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새롭게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S 역시 일찌감치 전쟁에 뛰어들었다. MS는 윈도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도의 일부 스마트폰 업체에 윈도폰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최근 9인치 이하의 모바일기기에 대해서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나델라는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X박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도 폐쇄하기로 했다. 이 스튜디오는 스티브 발머 전 CEO가 추진한 것으로 현재 약 2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X박스 게임에 기반을 둔 TV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MS는 지난 몇 년 동안 휴대전화, 비디오게임기, 태블릿PC, 기업용 소프트웨어, 웹 광고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 왔다. 스튜디오 폐쇄는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발머가 10년 동안 거나한 파티를 벌였다면 나델라가 다음 날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나델라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에 일부 전략적 사업부문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