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보겠지만 파운드리 수주 실적은 TSMC가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A100'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전문기업도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조해 공급하는 파운드리 분야의 수혜는 대만 TSMC에 집중돼 삼성전자가 다소 소외되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30일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올라탄 기업은 엔비디아에 그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를 이겨낼 만한 거대한 수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가 반도체시장에 강력한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최근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이후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이틀만에 2070억 달러(약 274조 원) 치솟는 상황까지 나타나면서 전 세계 증시와 반도체시장에 큰 변화의 물결을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이러한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기업이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할 때 이러한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이 공급하는 고사양 D램과 낸드플래시도 다수 탑재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연산한 결과를 컴퓨터에서 빠르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연산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고 전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 서버 분야의 수요에 힘입어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스마트폰용 메모리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성장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외형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수십 년째 부동의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 수혜가 집중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의 독주체제가 당분간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서스퀴하나는 보고서를 내고 “TSMC와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반도체에서는 TSMC가 확연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열풍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소외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스퀴하나는 TSMC가 파운드리사업에만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우월하다고 바라봤다.
특히 삼성전자가 업황 변동에 취약한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유지하는 데 변수로 꼽혔다.
인공지능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같은 호재가 발생했을 때는 삼성전자가 큰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수요 침체기가 이어질 때 받는 타격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서스퀴하나는 경영 관리 능력과 주주환원 등 측면에서도 TSMC가 삼성전자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TSMC가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만에 보유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스퀴하나는 앞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고 해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공정 기술력이 아직 크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스퀴하나는 엔비디아가 TSMC에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TSMC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게 된다면 여러 고객사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열풍에 가장 수혜를 보는 기업은 챗봇과 검색엔진 등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거나 인공지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기업도 완전히 소외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