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트디즈니가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실사판 영화에 유색인종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두 영화의 주인공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최초의 디즈니 공주 캐릭터, 디즈니 공주 캐릭터 가운데 최연소, 월트디즈니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알린 첫 주인공이자 올해로 100살이 된 공주.
백설공주가 지니고 있는 타이틀이다.
백설공주의 영어 이름은 ‘스노우 화이트’다. 이름에도 ‘화이트’가 들어가는 눈처럼 흰 피부의 공주 캐릭터다.
하지만 백설공주 실사판 영화에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역에 캐스팅돼 촬영 중이다. 28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영화 백설공주는 2024년 3월22일 개봉한다.
레이첼 지글러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아빠가 폴란드인, 엄마는 콜롬비아인이다.
백설공주는 스노우 ‘화이트’임에도 유색인종을 캐스팅한 일을 두고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레이첼 지글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래 난 백설공주지만 배역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겠어”라는 글을 남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백설공주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월트디즈니를 둘러싼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논란’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 또는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지난 24일 국내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논란이 커졌다.
그동안 디즈니 실사 영화에서 유색인종을 캐스팅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알라딘’이나 ‘뮬란’처럼 원작 만화에서도 주인공이 유색인종인 경우였다.
하지만 백설공주와 인어공주는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이 유색인종이 아님에도 실사 영화에서 유색인종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월트디즈니가 PC논란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월트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 지향은 2005년 밥 아이거가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백설공주와 인어공주처럼 원작을 파괴하면서까지 논란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월트디즈니가 ‘시장성 확대 전략’의 하나로 유색인종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인 중심의 영화로는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색인종을 더 끌어들여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실제 상대적으로 티켓파워가 강한 히스패닉계와 흑인계 배우 캐스팅은 늘고 있지만 티켓파워가 약한 아시아 배우들 캐스팅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유색인종 캐스팅으로 인한 논란은 월트디즈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도 흑인 배우 캐스팅으로 논란이 됐다. 퀸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그리스계 백인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퀸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역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라는 흑인 배우가 맡았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퀸 클레오파트라 책임 프로듀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기도 하다.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퀸 클레오파트라 제작사인 웨스트브룩 스튜디오의 설립자다.
이집트 정부는 퀸 클레오파트라가 ‘역사왜곡’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한 국영방송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클레오파트라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퀸 클레오파트라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특성상 역사적 고증에 충실해야 함에도 지금껏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로 작품을 만들면서 논란을 더욱 키운 셈이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