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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살 길] 그린워싱 의심받는 삼성전자, 단기 실천방안 시급해져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05-2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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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살 길] 그린워싱 의심받는 삼성전자, 단기 실천방안 시급해져
▲ 삼성전자가 2022년 '신환경 전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반도체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신환경 전략’을 발표했지만 여러 비영리단체로부터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은 DS(반도체)부문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직접 나서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30년 DX(세트)부문부터 우선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DS(반도체)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지난해 내놓았지만 여전히 국내외 비영리단체로부터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 및 DS부문에 관한 중단기 감축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책임감을 갖고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중단기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기후 리스크는 점점 커져 통제하게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NCI)와 탄소시장감시(CMW)도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공약이 불충분하다며 실현 가능성을 ‘매우 낮음’으로 평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신환경 전략’에 온실가스 직접배출인 스코프1과 전력 사용 등을 통한 간접배출인 스코프2 관련 내용만 있고 협력업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토마스 데이 신기후연구소 기후정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공약은 스코프1, 2만 포함됐다”며 “좋은 선례를 만드는 다른 기업들보다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DS부문의 구체적인 단기 탄소감축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량(웨이퍼 단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다.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전력소모량이 크고 미세 공정으로 발전할수록 이러한 전략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는 직접배출에 비해 간접배출 비중이 더 높다.

삼성전자 DS부문이 배출한 탄소량(스코프1)은 2015년 216만3천 톤에서 2020년 544만8천 톤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스코프3가지 합치면 이보다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30년 삼성전자 DS부문의 탄소배출량(스코프3 포함)은 3200만 톤까지 증가해 전 세계 반도체 탄소배출량의 3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하게 증가하는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에너지기술에너지원과 손잡고 ‘섹터 커플링’ 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섹터 커플링은 일정하게 출력이 유지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다른 시스템과 연계해 변환, 저장, 활용하고 전체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통합관리 기술이다. 태양광 발전 외에도 태양열, 지열, 수열, 폐열과 같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방안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2021년 사용한 전력량은 25.8TWh(테라와트시)로 국내 전체의 풍력, 태양광 전력 공급량 27TWh와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전력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이 20%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RE100은 풍력, 태양광이 중심이고 수력 등 일부 재생가능 에너지만 허용한다”며 “결론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설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탄소배출 없는 전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국내외 에너지기업과 장기간의 대규모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TSMC는 2020년 덴마크 발전회사 오스테드와 920MW(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로부터 20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PAA를 체결하면서 일정 수준의 탄소배출 없는 전력을 확보했다. 게다가 대만 정부는 송전망 이용료의 90%를 부담해주기로 결정했다.

TSMC는 올해 4월에도 대만 태양광 발전회사 ARK파워와 200억KWh의 신재생에너지 공동조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에 만들겠다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도 친환경 전력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 공장은 전력, 용수, 기술인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됐는데 이제는 여기에 더해 친환경 전력 확보가 필수요소가 됐다.

양항자 무소속 의원은 4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전자가 용인에 클러스터를 만드는데 전력 확보 측면에서는 우려스럽다”며 “호남의 새만금, 해상 태양광 전력과 경북의 지상 풍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전 세계가 탄소장벽을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빌미로 선진국들은 관세로, 공시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저탄소 기술과 넓은 대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뛰는 한국이 탄소중립에 머뭇거린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기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의 도전과제와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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