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최근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새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내용이 과거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사항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28일 나왔다. 사진은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현금배당 성향을 대폭 높이는 새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점을 두고 주요 외신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가 전기차 등 신사업에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28일 논평을 내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현대차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중요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새로 제시했다.
회사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최소 25%의 금액을 주주 대상 현금배당에 활용하며 2분기부터 분기별 배당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현대차의 이러한 배당성향 개선이 과거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사측에 요구했던 내용과 일치한다는 데 주목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년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 약 1조 원 규모를 매입한 뒤 이듬해에 다른 투자자들을 향한 주주서한을 내놓았다.
이 서한에는 현대차가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현대차그룹 측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미래 투자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약 5년이 지난 지금에는 배당성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결정하면서 태도를 바꾼 셈이다.
블룸버그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처음 배당 확대를 요구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현대차가 이제는 이러한 약속을 올바로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가 현금배당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데에는 안정적인 실적 기반 확보와 부진한 주가 흐름이 모두 배경으로 지목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배당 확대를 요구했던 2018년에는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시장 점유율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던 반면 최근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이 현재 5.2배 수준에 그쳐 글로벌 경쟁 자동차기업 대비 크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로 지목했다.
한국 정부가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재벌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가 지배구조 불확실성 및 소극적 주주환원 등을 이유로 해외 기업보다 저평가되는 현상을 해소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 각각 수조 원대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주주들에게 충분한 지지를 얻어야만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려면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앞세워 회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현대차 주주들이 배당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투자의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주환원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는 주가 상승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배당 확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9년 말 현대차와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유사한 행동주의 펀드의 한국 대기업 주식 매입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며 궁극적으로 주식시장 선진화와 주주정책 및 경영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 증시 재평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