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결정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5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한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리는 한국과 중국 외교회담이다.

왕 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재검토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왕 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양국의 상호신뢰 기초에 해를 입혔기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측이 한중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사드가 우리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사드 배치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기 위해 추신지불(抽薪止沸)이나 전초제근(剪草除根)같은 중국 고사성어를 동원했다.

추신지불은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다’는 뜻이고 전초제근은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윤 장관은 고사성어를 통해 근본적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있음을 강조하고 근원제거를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양측은 사드문제로 냉랭해진 회담 분위기 속에서도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왕 부장은 “한중의 인적관계는 이미 천만시대에 올랐다”며 “이런 신호는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복리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나중에도 계속 복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도 “양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관계 발전을 이룩했다”며 “양국이 협력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는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양국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 대해 “한중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상호관계 및 한반도정세 등 관심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으며 북핵과 사드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포괄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관련 연례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 회담에 앞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외교장관과 회담을 열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방침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조만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등과도 외교회담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